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3일 일본에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다. 지난 6월 10일 전방위 압수수색 이후 102일만이다.
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사장 등 주요 임직원에서 신 회장의 아버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오너일가까지 아우른 검찰 수사가 최종 타겟인 신 회장의 소환으로 종착역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 관심은 신 회장의 구속 여부다.
검찰이 3개월 넘게 재계 순위 5위 그룹을 샅샅이 뒤진 만큼 기소는 기정사실로 보이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될지는 미지수다.
구속 요건인 도주와 증거인멸의 경우 신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와 수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확보로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관건은 검찰이 신 회장에게 적용한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롯데수사의 3개 축은 ▲비자금 조성 ▲부동산 등 부당거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였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은 비자금 부분인데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300억원대의 출처 불명 자금을 발견하고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이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포착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의 계열사 동원 등 부당 지원,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총수일가 업체 일감 몰아주기, 거액의 부당 급여 수령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혐의를 모두 적용하면 신 회장의 횡령·배임 액수는 2천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신 회장을 이 모든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 걸친 백화점식 비리가 총수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명확한 물증이나 구체적인 진술의 확보 여부다.
검찰은 2011년 신 회장 취임 이후 M&A(인수합병) 등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봤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관련 계열사 현직 사장들은 아직 아무도 구속되지 않았다. 구속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수사 과정에서 파생된 세금 부당환급과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때문이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의 구속도 면세점 입접 로비로 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비자금의 실체 규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부당거래나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도 신 회장 보다는 신격호 총괄회장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룹 내부 관계자의 진술에도 기댈 수 없어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대를 이어 보좌하며 그룹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인원 부회장은 극단적 선택으로 영원히 입을 닫았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이 부회장과 함께 이끌어온 황각규, 소진세 사장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그룹 수사 때와는 달리 롯데에는 배신자가 없다는 말까지 검찰 안팎에 나돌기도 했다.
검찰은 신 회장 소환 조사를 한 차례로 끝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 소환을 하루 앞두고 "수사팀이야 구속영장을 청구해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없지 않지만 이런 큰 수사에서 그런 요소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며 "국가경제 등 수사 외적인 주장들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일 수사의 결말, 서초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