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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선처·엄벌 해달라"…김영란법 위반일까?

    법원·검찰, 부정청탁 예상 사례 공개…"변호사와 더치페이"

    (사진=자료사진)

     

    대법원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합의 내용을 선고 전 알려달라'거나 '법정형을 벗어나 선처해 달라'고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엄벌', '선처'를 부탁하는 경우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는 것이라면 부정청탁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 '법 허용 한도 벗어나면' 부정청탁

    대법원은 내부지침서 '청탁금지법 Q&A'를 공개하며,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원업무 사례들을 27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판결 선고 전에 사건의 합의내용을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법정형에 벌금이 없음에도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배우자에게 협의이혼 의사가 없는데도 담당 판사에게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부정청탁에 포함된다.

    또 ▲협의분할 상속등기신청 절차에서 인감증명이 누락됐는데도 등기관에게 상속등기를 부탁하는 경우 ▲공탁금 출급청구권 증명 서면이 누락됐는데도 공탁관에게 공탁금 출금을 부탁하는 경우 ▲법원장에게 소속 법원 사무관의 근무평정을 올려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는 경우에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검사에게 "법대로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거나 "구속된 아들을 선처해 달라"고 부탁하면 부정한 청탁일까.

    대검찰청은 '검찰업무 관련 청탁금지법 주요 사례'를 통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벗어나서라도 처리해달라는 취지라면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사가 친구의 부탁을 받고 다른 검사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법대로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하면 액면 상 부정청탁은 아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법령을 위반해서라도', '법령상 권한을 벗어나서라도'라는 취지가 담겨있으면 부정청탁이라는 게 대검 판단이다.

    아버지가 구속된 아들을 위해 검사에게 "잘 살펴봐 달라,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선처해 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법령의 허용 한도를 벗어나는지'에 따라 부정청탁인지 여부가 엇갈린다고 대검은 밝혔다.

    ▲변호인이 담당검사에게 의뢰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장소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한 경우 ▲친구의 부탁을 받고 검찰공무원에게 범죄경력조회를 해달라고 부탁한 경우 ▲벌금미납으로 수배된 사람이 수사관에게 "내 딸의 결혼식까지는 검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경우는 부정청탁에 포함된다.

    반면 ▲선임된 변호인이 피의자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기소유예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경우 ▲민원인이 검찰청에 전화를 걸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 ▲피해자의 가족이 "피의자를 엄벌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는 정당한 변론권 행사이거나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검찰은 봤다.

    ◇ "애인 말곤 안돼"…변호사와는 '더치페이'

    대법원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판사들에게 변호사와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 '더치페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침도 내렸다.

    대법원은 자신이 맡은 재판에 선임된 변호사뿐 아니라 선임되지 않은 변호사와도 식사비는 각자 부담하라고 권고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그 변호사를 만날 수 있고, 이미 끝난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라고 해도 소송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대법원은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은 구체적 사건이 계속되고 있거나 계속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직무관련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직무관련자인 변호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 변호사 등과의 사교·의례적인 만남에서는 식사비 등을 각자 부담하고,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시행령에서 정한 음식물의 가액 한도인 3만원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미혼인 판사가 연애 과정에서 고가의 선물이나 1년에 300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예외도 설명했다.

    한편, 검찰도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자신이 선임한 고소사건을 열심히 수사해준 검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사건 종결 뒤 5만원 상당의 음식을 접대한 경우에는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관이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에게 1억원을 무상으로 빌려 3개월 후에 갚은 경우도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법이 금지하는 금품수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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