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에 무궁화호 등의 열차운행 중단을 알리는 알림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혜인 기자/노컷뉴스)
27일 오후 5시쯤, 지하철 서울역 개찰구에서 최 모(52) 씨가 상기된 얼굴로 빠져나왔다.
회사에서 오후 일과를 마치고 전남 포항으로 출장을 가려던 최 씨는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 역에서 출발해 1호선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파업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길을 나섰지만, 낮 시간대에 지하철이 축소 운영된 탓에 최 씨는 지하철을 오래 기다려야 했다.
"포항행 기차 시간을 놓쳤어요. 한 15분에서 20분 정도 지하철을 기다린 것 같아요" 최 씨는 앞으로는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서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전국철도노조와 지하철 노조 등이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7일, 다행히 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없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퇴근길에 나선 김 모(54·여) 씨는 "오늘 아침 출근길은 문제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는 출근 시간을 맞추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제 시간에 열차가 안 오고 그러면 다른 교통수단을 생각해야 하니까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면서도 "그래도 노동자분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존중은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대합실 안에서 신경주행 KTX를 기다리고 있는 전 모(56·여) 씨는 "불편한 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꼬리를 내렸다.
전 씨는 "평소에는 주중에는 대합실에서 표를 바로 끊어서 올라오고 내려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길어지게 되면 우리같이 철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면서 더디 가는 시계를 바라봤다.
대합실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에 따라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는 알림 방송이 흘러나왔다.
매표소에서는 부산, 대전, 신창, 해운대 등으로 가는 무궁화호, 새마을호, 누리로 열차 등이 운행 중지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철도노조의 파업 참가율은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34.4%로 집계됐다.
오후 12시에는 서울 지하철 근무 대상자 7804명 중 2380명이 파업에 참가해 30.5%를 기록했는데, 오후 1시가 되면서 약 4% 늘어났다.
KTX와 수도권 전동열차, 통근 열차는 당분간은 평상시와 같이 100% 정상 운행되지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 운행은 평소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물열차 운행은 평시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도노조는 "철도는 기관사나 선로 정비 등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인데, 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인해 직원들이 개인 평가에 치중하게 되면 시민의 안전은 하락한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따라서 사측과의 교섭 재개에 성공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