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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南으로 오라' 기념사, 北에게 사고치란 얘기"

정치 일반

    정세현 "'南으로 오라' 기념사, 北에게 사고치란 얘기"

    - 남북, 전쟁 준하는 상태 악화될듯
    - 남북관계 국내 정치 이용 의심돼
    - ‘김정은 붕괴=통일’ 아냐, 순진한 발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

    이 발언,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박 대통령이 한 기념사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지금 이 기념사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터전,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 사실상의 북한 이탈을 권유한 발언인데요. 언뜻 들으면 뭐가 문제일까 싶은데 이게 파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에 선전포고를 하는 아주 위험한 발언이었다, 이런 평가까지 나오고 있죠. 정말 그 정도일까요. 이 배경과 파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정세현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그랬더라고요. 선전포고다. 정 장관님도 그 정도 해석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 정세현> 원래 박지원 대표가 촌철살인적 표현을 잘하시는 분인데 아주 적절하게 잘 지적을 하셨어요, 굉장히. 앞으로 남북관계가 전쟁에 준하는 그런 상태로 서로 악화될 겁니다.

    ◇ 김현정> 그렇게까지 보세요?

    ◆ 정세현> 북한이 가만히 있겠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특별히 어떤 의도를 두고 해석할 필요 없이 그냥 북한 주민들도 자유로운 삶을 찾기를 소망한다는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건가요?

    ◆ 정세현> 그게 지금 남북 간의, 남북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정권 붕괴를 내부에서 시키든지 아니면 차라리 이 쪽으로 넘어오라는 얘기인데 그게 상대 측의 국민을 우리 쪽에서 받겠다는 얘기는 그 정권을 몰아내겠다는 일종의 ‘레짐 체인지’까지 생각한다는 것 아니겠어요?

    ◇ 김현정> 레짐 체인지.

    ◆ 정세현> 그러니까 북한이 가만히 안 있죠.

    ◇ 김현정> 우리는 그냥 순수한 의도입니다라고 아무리 얘기를 한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지도부가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느냐 이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 거꾸로, 아니 거꾸로가 아니라 비유해서 옛날에 6~70년대 우리 한국의 인권문제가 심각할 때 미국 같은 데서 거기 따라서 미국으로 오라고 하는 얘기보다도 더 심합니다, 이건.

    ◇ 김현정> 그렇군요.

    ◆ 정세현> 그 당시 박정희 정부, 박정희 정권이 미국으로부터 인권 문제에 관해 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당하지 않았습니까? 인권 얘기 걸었다고 해서 이렇게 발언이 정당화되는 건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정 장관 예상하기엔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반응할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이 발언에.

    ◆ 정세현> 우선 첫째 여기에 대해 거의 준하는 일종의 말폭탄을 쏟아낼 거고 그리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굉장히 강해질 겁니다.

    ◇ 김현정> 주민 통제가요. 혹시라도 이탈하는 주민들 더 생기지 않을까?

    ◆ 정세현> 우선 첫째 박 대통령의 어제 국군의 날 경축사 내용이 북한 주민들한테 전달될 수가 없어요. 군인들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그 얘기를 그대로 틀어주면 최전방에 있는 군인들은 얘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들리는 순간 군인들에 대한 감시통제가 얼마나 강해지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최전방에 있는 군인 탈북도 일어나기 어렵고 과연 북한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서 중국으로 가서 돌아오는 것도 이쪽으로 돌아서 들어오는 것도 더 어렵게 되죠. 더 어렵게 되고 내부 통제만 강화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더 험악한 상태로...

    ◇ 김현정> 더 험악한 상태로 갈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좀 긍정적으로 봐서 북한 지도부가 진짜로 이런 발언 때문에 압박감을 느껴서 최근의 어떤 도발적인 핵실험이라든지 미사일 발사라든지 그런 걸 중단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는 건 이건 굉장히 나이브한 건가요? 너무 순진한 건가요?

    ◆ 정세현> (웃음) 굉장히 낭만적이시네요.

    ◇ 김현정> (웃음) 그렇게 되는 겁니까?

    ◆ 정세현> 그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지금까지 그보다 더한 국제제재를 가하고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해도 북핵 논쟁은 오히려 더 강화됐습니다.

    ◇ 김현정> 그랬죠.

    ◆ 정세현> 1월 달에 핵실험하고 다시 9월 달에 또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에요, 북한은. 굉장히 어떻게 보면 압박을 이겨내는 데 강하고 이런 말폭탄 정도는 얼마든지 녹여버릴 수 있는 그런 강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속담에 누울 자리 봐서 다리 뻗는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북한이 그런 상대라는 걸 알고 무슨 대북 정책을 쓰든지 아니면 대북 관련 발언을 하든지 해야죠. 이건 저쪽의 주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저는 이건 목적이 우리 남쪽으로, 우리 국내 정치적 상황과 연결이 됐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이번 발언이요?

    ◆ 정세현> 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국내 정치 상황하고 연결된 발언이라니요.

    ◆ 정세현>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반발하면서 여러 가지 긴장을 조성할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러겠죠.

    ◆ 정세현> 그러면 어저께 연설에서도 그 얘기 나왔던데 우리 내부의 분열과 무슨 뭐라 그랬습니까?

    ◇ 김현정> 내부 분열이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험하다, 이 얘기도 나왔었죠.

    ◆ 정세현> 그러니까 새누리당 내에도 분열이 있대요. 그리고 여러 가지 게이트? 이런 것들 때문에 대통령의 레임덕이 굉장히 빨라지는 그런 상황에 처했는데 이것을 지금 치고 나가는 일종의 국면 전환. 북한이 사고 치기를 바라는 북한이 사고를 치면 이런 데 대한 관심은 확 떨어지고 뉴스 보도도 안 될 겁니다. 남북 관계만 보도가 되고. 이러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실질적으로 높아지죠.

    ◇ 김현정> 그런 정치공학적인 일종의 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 오히려 북한이 사고 쳐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가능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 정세현> 사고 치라는 얘기로 어저께 하신 거예요.

    ◇ 김현정> 너무 단언하시는 것 아니에요, 장관님? 알겠습니다.

    ◆ 정세현> 이런 8.15 경축사나 국군의 날 경축사가 북한한테 어떤 작용을 해 가지고 그 후에 어떤 결과가 돌아왔다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 경험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경험적으로 지금 예상하시지만 저는 어쨌든 사고 안 쳐주기를 좀 바라면서 그나저나 아까 레짐 체인지라는 말씀을 잠깐 하셨는데 레짐 체인지라는 말이 요새 자주 등장해요. 그러니까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는 전략, 예전 같으면 설득해서 이런 전략이었다면 지금의 우리 정부의 전략은 붕괴를 통한 통일 전략으로 전략을 좀 바꾼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붕괴를 시켜가지고 통일이 되면 핵문제가 해결된다는 그런 논리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정세현> 핵문제 때문에 나온 얘기예요. 그런데 그건 순서가 잘못됐죠. 말하자면 북한이 붕괴한다고 해서 곧바로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 김현정> 아니, 북한이 붕괴되면 바로 통일이 되는 것 아닙니까?

    ◆ 정세현> 아니죠.

    ◇ 김현정> 아닌가요?

    ◆ 정세현> 북한의 붕괴라는 게 지금 여기서 말하는 게 김정은의 축출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북한 붕괴라고 하는 게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동의어로 씁니다. 김정은이 축출되고 또는 제거된다고 해서 북한 권력의 공백상태가 오래갈 것 같습니까? 바로 군인들이 군대, 총대를 쥔 군인들이 아마 정권을 잡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소위 상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요.

    ◆ 정세현> 그다음에 헌법 3조에 근거해서 대한민국의 영토가 압록강, 두만강까지라고 생각들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된다고 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행정권이 바로 평양을 접수하고 압록강, 두만강까지 우리 군인들이 들어가서 이건 내 땅이야 할 수 있는 그런 지정학적 위치가 아니에요. 북한이.

    ◇ 김현정> 그건 좀 어려운 말씀이시네요. 왜 왜 그렇습니까?

    ◆ 정세현> 한국군이 그냥 밀고 올라갈 때 저쪽에 군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 김현정> 거기 군대가.

    ◆ 정세현> 그 다음에 또 미군이 또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열강들이 개입하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그렇게 되면 중국이 들어오고 러시아도 개입하고 이러면 또다시 저기 준전시상태로 전락하고 이렇게 되면 그게 바로 북한 붕괴 또는 김정은 정권의 축출이 통일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정말로 논리적이지도 않고.

    ◇ 김현정> 위험한 생각인가요?

    ◆ 정세현> 위험한 생각이 아니고 환상이죠, 환상.

    ◇ 김현정> 환상입니까?

    ◆ 정세현> 그리고 통일이 될 때까지 북핵 지금 가지고 있는 북의 핵무기가 누구 손에 들어갈 줄 압니까? 북핵 문제 해결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단계를 건너 뛰는 진짜 착각이에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굉장히 신중함이 필요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이렇게 위협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신중함이 필요한 국면인데 이런 발언들이 좀 정제되지 않고 나오는 것이 상당히 불안하다. 더 불안함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고를 지금 해 주셨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일단 말씀 듣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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