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딸(6살)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서 불태우고 유기한 혐의로 양부모가 긴급 체포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경찰이 양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경찰 호송차량으로 이송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6살 입양 딸’ 학대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양부모 등에 대한 살인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입양 딸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어놓고 1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양아버지 A(47)씨와 양어머니 B(30)씨, 동거인 C(19)양 등 3명에 대해 살인과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3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17시간 테이프 묶어 방치'…살인 증거로는 부족경찰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번 사건을 ‘6세 입양여아 살해 및 사체손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인천지검은 구속영장 청구 직전 이들의 혐의를 ‘살인’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살인의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로는 살인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이들이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어놓고 17시간 동안 혼자 방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평소에도 ‘말을 잘 듣지 않고 식탐이 있다’는 이유로 “A양에게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 놓는 등 주기적으로 학대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진술만을 ‘살인의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강력한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는 A양 시신은 이미 불에 타 뼛조각 일부만 남은 채 완전히 훼손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부모가 A양 시신을 완전히 불에 태워 없애버렸기 때문에 부검 등을 통한 사인규명과 살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학대행위가 드러날 것이 두려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완전 범죄를 꿈꾸며 증거 인멸을 위해 시신을 의도적으로 훼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양한 딸(6살)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서 불태우고 유기한 혐의로 양부모가 긴급 체포된 가운데 3일 오후 양부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경찰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윤창원기자
◇ 불에 타 시신 완전 훼손 …살인 증거 확보에 어려움경찰은 일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아이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지만,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대나 방치 등 가혹행위를 계속한 것을 뜻한다.
경찰은 앞으로 공범 3명의 진술이 갖는 모순점을 파고들어 이들의 ‘살인 혐의’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A양이 장시간 투명테이프로 묶인 채 방치되는 과정에서 아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A양의 입에 상처가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몸을 테이프로 묶으면 당연히 소리를 내는 등 입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양부모가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부모는 “사건 당일(29일) 말을 듣지 않는 딸을 테이프로 묶어놓은 채 외출했다 오후 4시쯤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과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