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자료사진/유연석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연대(집행위원장 이동연)가 1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성명에서 문화연대는 "그 동안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의 수준이 예술가들을 길들이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녹취록이나 회의록과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와 예술위의 태도는 국민을 대표하고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청문회 실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및 책임자들 사퇴 ▲검열문제 재발 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가칭)‘예술검열감사위원회’를 구성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0일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 문체부가 문예휘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했고,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회의록에는 ‘위’, ‘청와대’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문예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같은 기록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지 문예위는 도종환 의원실에 회의록을 일부 삭제해 제출했다. 도 의원은 "문예위가 국회에 허위 자료 제출로 위증,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화연대 성명 전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사실임이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회의록(2015년 5월 29일)에 의하면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은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 다시 말해 블랙리스트가 존재함을 밝히고, 지원 심의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동안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의 수준이 예술가들을 길들이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눈밖에 난 예술가들을 낙인찍고, 이들이 공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이 무려 1만명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을 만큼, 문화예술계 전체를 사찰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치검열 증거가 밝혀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9월에는 예술위가 문학창작기금 심사 과정에서 특정작가를 거론하며 선정 리스트와 심사결과를 심사위원들에게 조정할 것을 종용했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예술위가 자체적으로 선정결과를 축소발표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서 밝혀지기도 했었다.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박근혜 정부나 예술위는 납득할 만한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한 적이 없다. 녹취록이나 회의록과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와 예술위의 태도는 국민을 대표하고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을 통해 예술검열을 중단하라는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의 요구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가능성은 크다.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주장이니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문화예술계는 박근혜 정부의 예술검열과 문화행정 파행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실망과 고통을 겪어왔다.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난 작금의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예술가들을 자신의 편과 편이 아닌자로 갈라치기를 했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걷어찬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예술검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문화연대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첫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둘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및 책임자들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셋째,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문제들이 재발할 시에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가칭)‘예술검열감사위원회’를 구성하라.
10월 11일 문화연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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