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촉망받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1) 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권씨는 12일 0시 30분께 해운대구에 있는 한 호텔 앞에 도착한 택시에서 숨졌다.
택시 운전기사는 "손님이 광안대교를 지날 때 의식이 있었고 이후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는데 호텔에 도착했을 때 숨을 쉬지 않았다"며 "호텔 직원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씨는 곧바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는 12일 공연을 위해 전날 부산에 내려와 오후 2시쯤 호텔에 체크인했다. 이후 공연 리허설에 참석했고, 저녁쯤 지인들과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는 2004년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9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 우승과 함께 덴마크 작곡가 작품 특별상, 젊은이 인기상을 두루 석권했다.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을 통해 그 음악성과 기량을 검증 받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연주자였다.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7세 때 김남윤 사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후 9세인 1995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에서 1930년대 러시안 학파를 대표하는 스톨리아르스키와 얌폴스키를 모두 사사한 에두아르드 그라치 교수 문하에서 수업을 받았으며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공화국 옐친 대통령 초청으로 연주회를 갖기도 하였다.
권 씨는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컨서바토리에서 수학하였다. 11세에 제3회 차이콥스키 청소년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를 차지하면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故박성용 회장)으로부터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바이올린 영재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6세에 독일의 클로스터‐셴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17세에는 러시아에서 열린 제3회 얌폴스키 콩쿠르에서 그랑프리 및 ‘멘델스존‐얌폴스키의 론도 카프리치오소 최고 연주자상’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2004년 러시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또한 러시아 문화부가 주최한 우크라이나 얄타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페트로프, 루데코 등 러시아 음악인들과 나란히 협연무대에 서기도 하였다.
러시아 음악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티혼 흐레니코프는 권혁주에게 “러시아의 음악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주자”라며 그의 음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모스크바에서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전곡을 연주하여 레오니드 코간 이후 완벽한 연주라는 호평을 들었으며, 이를 기념하여 서울 금호아트홀에서도 동일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2013년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롯한 전국순회공연에서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전곡 연주로 그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러시아와 유럽,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 씨는 지휘자 요엘 레비와 브뤼셀 필하모닉, 슐로모 민츠의 지휘봉 아래 이스라엘 하이파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아르헨티나 테아트로 콜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으며, 터키 빌켄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페인 무르치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키예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모라피안 필하모닉, 뉘른베르크 심포니커, 오덴세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자로 연주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정명훈 지휘로 서울시향, 고이즈미 가즈히로 지휘로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코리안 심포니, 부산시향, 대전시향, 울산시향, 수원시향, 경기도립, 프라임 필하모닉, 유라시안 필하모닉 등 국내외 유수의 교향악단의 솔리스트로 초청받았다.
권 씨의 음악은 리사이틀과 실내악 무대에서도 다양하게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는데, 대관령국제음악제,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을 비롯한 여러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연주했며, 뿐만 아니라 교수진으로 초청받아 후학양성에도 기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자료 제공 : 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