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
삼성전자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태로 리콜과 신제품 재출시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생산 중단, 사실상 제품 단종이라는 쓰라린 아픔을 뼈에 새기게 됐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점유율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번 사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가전업계에 미친 충격이 만만치 않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2010년 1월 21일 미국에서 가속페달 결함 차량 230만 대를 리콜하면서 시작된 전 세계 대규모 리콜사태를 맞이한 사건이 묘하게 겹친다.
도요타는 미국 내 출시된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 결함이 발생되자 2010년 1월 230만대의 차량을 대규모 리콜하게 되고 이 리콜은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도요타는 물론 기술강국으로 꼽혔던 일본의 이미지까지 추락했다.
도요타 리콜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1990년대 들어 해외생산 거점 확대와 같은 공격적인 투자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었고 이를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대응하면서 품질관리가 뒷받침 되지 못한 것이 문제로 부각됐다.
일부에서는 애플과의 경쟁과 구글과의 긴장관계가 과열되면서 삼성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과도한 전략 수정을 하려다 발생한 출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2일 '왜 삼성은 갤럭시노트7을 버렸나' 제하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노트7의 화재 원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리콜 이후에도 노트7의 판매를 지속했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세탁기와 같은 다른 가전제품의 안전성 문제에도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1982년 7명이 사망한 타이레놀 리콜사태와 견준 뉴욕타임즈는 삼성이 이미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 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소비자들이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 갤럭시노트7은 끝났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하의 기사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출시된 새로운 기술 제품 중에 가장 비참했다"며 "애플의 아이폰을 잠재우기 위한 삼성의 노력이 있었지만 최소 8~10건 이상의 발화 사고는 근래 가장 두려운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로웰 맥아담 버라이즌 최고경영자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내 임기동안 휴대폰에서 본 적이 없는 가장 큰 이슈였다"면서 "나는 최근 몇년 동안 지금과 같은 리콜을 보지 못했다. 나는 삼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영국 미러 지는 삼성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소셜미디어가 뜨거워지고 있다며, 네티즌들이 올린 사진들을 게시했다.
한 테니즌은 충전 중인 갤럭시노트7 침대 옆에 소화기를 가져다 놓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군인이 수류탄을 투척하는 모습에 수류탄 대신 노트7을 들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한 소녀가 불타는 집을 배경으로 아리송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사진에 '난 단지 삼성 갤럭시노트7을 충전중이었다(I WAS JUST CHARGING MY SAMSUNG GALAXY NOTE 7)'는 글을 덧붙인 패러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노트7은 너무나 화려했다. 번개 처럼 빠른 프로세서에 매우 빠른 충전기능과 방수성능을 탑재한 삼성이 올해 출시한 최고급 스마트폰이었다"다며 "하지만 고동진 사장의 말처럼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을 지불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삼성이 첫 번째 발화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리콜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놨지만 역시 이 제품에서도 일부 발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후에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충분히 사용을 중지하도록 하거나 사후 관리가 필요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삼성이 노트7을 처분하기 위해 14억3000만달러(1조6천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샌디 쉔의 말을 인용해 "노트7은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점유율을 고려할 때 비록 큰 비중을 차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삼성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전했다.
쉔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노트7 대체 스마트폰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필요한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은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안그래도 화웨이, 오포 등 중저가 본토 브랜드의 위세에 흔들리고 있는 삼성에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이 중국에 출하한 스마트폰은 모두 3348만대로 올해 상반기 출하한 1476만대까지 모두 4824만대다. 이 기간 삼성이 전 세계에 판매한 스마트폰은 80종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갤럭시노트7 사태는 노트7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다른 스마트폰 모델에 대한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삼성의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서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노트7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갤럭시S7과 갤럭시A8과 같은 다른 모델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2분기 말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2.4%로 애플의 11.8%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노트7 여파로 하반기 점유율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메울 대체제로 LG의 V20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삼성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아이폰7이 21일 출시될 예정인데다 구글의 픽셀폰도 북미와 유럽에서 호응을 얻고 있어 여러모로 삼성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예상보다 조기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