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우리 도시 건축의 실태와 상황을 2년간 면밀히 살펴본 승효상이 퇴임 직후 출간하는 책이다. '도시'를 주제로 한 그의 첫 책이다. 그간 서울시 건축 정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 만큼, 승효상의 도시론은 현실적이되 희망적이다. 이 책은 그가 우리 도시를 새로이 설계하며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으며,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직접 목격한 총괄건축가이기에 가능한 통찰이 담겨 있다.
"건축에서 공간이 본질인 것처럼, 도시에서도 보다 중요한 것은 결코 몇 낱 기념비적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공영역이다. 이 또한 보이는 물체가 아니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도시는 그 애환과 열정을 담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면서 존속하게 된다.
단일 건축이나 기념비가 갖는 상징적 가치보다는 그 주변에 담겨서 면면이 내려오는 일상의 이야기가 더욱 가치 있고, 시설물이나 건축물의 외형에 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속에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관계가 더 중요하며, 도시와 건축은 완성된 결과물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담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지속되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런 도시는 기억으로 남아 통합된다."
-본문에서
승효상은 건축이라는 특정 분야만을 매개로 도시를 단순하게 보여주거나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세태를 관찰하고 사회를 분석하며 성찰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 도시 건축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승효상은 정부의 행태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우리의 과오를 직설적으로 지적하면서, 공공성을 지닌 건축으로 구축한 성찰적인 공유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20여 년 전 승효상이 자신의 건축 개념으로 선언한 ‘빈자의 미학’은, 가난하고자 하는 이를 위한 건축을 말한다. 절제하며 검박한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건축론이다.'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 승효상은 우리 사회가 20여 년 전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빈자의 미학을’ 되새긴다. 여전히 가짐보다 쓰임, 더함보다 나눔, 채움보다 비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건축의 공공성을 단도직입적으로 강조한다. 좋은 건축가는 건축주뿐 아니라 그 건축과 더불어 사는 모든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빈자의 미학'이 바른 건축을 하기 위한 자기 선언이었다면,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바른 건축을 통해 좋은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자기 성찰적 테제이며 공유도시를 지향하겠다는 승효상의 시민과의 약속이다.
승효상은 베네치아, 베를린, 파리, 한양도성, 병산서원 등 국내외의 다채로운 공간을 소개한다. 반면교사로 삼고자 설명하는 공간도 있지만, 건축적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동시에 그 자체로 아름다워 소개하는 건축과 도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