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에서 저자는 모차르트·로시니·비제·바그너·베르디·푸치니 등 고전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오페라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쉽고 다정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각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이야기, 음악적인 특징, 줄거리, 중요한 아리아의 가사까지 한 편의 오페라 감상을 위해 필요한 ABC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각 오페라 작품의 호평 받은 공연 DVD를 소개하고, 오페라의 역사, 오페라를 이루는 음악적 요소와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짚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오페라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선별한 작품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 보엠=""> <토스카> <투란도트> 등이다.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독일어 등 유럽어로 이루어진 오페라의 대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청중이 거의 없다는 점, 작품들의 유명세에 비해 간단한 시놉시스 이상의 줄거리를 아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자세한 줄거리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 입문자가 감상의 포인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은 오페라라는 장르의 진입에 큰 방해가 된다.
저자 금난새는 독자들의 앞에 놓인, 이 현실적인 장애물을 치워주기 위해 개별 작품들의 줄거리를 각 막 별로 매우 자세하게 소개하고, 유명한 아리아의 경우 가사를 함께 실었다. 작곡가의 삶, 음악, 작품의 탄생 배경과 재미있는 일화 등을 차근차근 짚어낸 다음 상세한 줄거리와 함께 장면을 상상하면서 음악을 듣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이 좋아 /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는 조심해야 할 거야 / 잡았다 싶은 순간 새는 퍼드득 날아가버릴 테니까 / 새가 멀리 날아가면 기다려야 해 / 그러면 뜻하지 않을 때 다시 찾아올 거야 / 어디서나 느닷없이 사랑은 왔다가 가고, 갔다가 오지 / 잡았다 싶으면 날아가고, 놓쳤다 싶으면 날아오고 (_ 하바네라 「사랑은 자유로운 새」)
노래를 부른 후 카르멘은 돈 호세에게 붉은 꽃 한 송이를 휙 던집니다. 그러고는 점심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공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_ 「스토리 해설: 카르멘」 중에서
누구나 들으면 아는 너무나 유명한 곡이지만 이 노래가 어떤 내용인지, 어떤 상황에서 흘러나오는지 알면서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전혀 다르다. 우리의 ‘첫 오페라 선생님’은 오페라 문외한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이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상세한 해설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 속으로1537년의 일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부유한 금융가였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 몇몇 예술가와 귀족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카메라타(작은 방)’라는 모임을 만들어, 음악과 극과 춤이 어우러지는 고대 그리스의 극을 되살리고자 연구를 거듭했지요. 그 결과 오페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야코포 페리 작곡의 〈다프네〉가 탄생합니다. 이 최초의 오페라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악보가 전해지지 않아 아쉽게도 그 내용을 파악할 길이 없습니다. 독창에 간단한 반주를 곁들인 단출한 음악극이었으리라 추측할 뿐이지요.
-르네상스, 오페라를 낳다
처음부터 대중에게 전곡 감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제가 제시하는 ‘갈라 콘서트’란, 오페라의 주요 곡들을 발췌한 콘서트를 말합니다. 오페라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입문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오페라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선은 오페라의 대중화가 시급합니다. 게다가 오페라 공연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한국 오페라의 현재와 미래
조숙한 천재성과 재기발랄한 음악성으로 로시니는 ‘이탈리아의 모차르트’로 불렸습니다. 작곡 속도로만 보면 로시니가 오히려 모차르트를 능가했습니다. 20여 년간 활동하면서 모두 서른여덟 편이나 되는 오페라를 작곡했으니까요. 1년에 평균 두 편 정도의 오페라를 쓴 셈입니다. 다섯 편이나 쓴 해도 있었지요. 그의 출세작인 〈세비야의 이발사〉는 불과 13일 만에 완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페라의 악보를 필사만 한다 해도 그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짧은 기간에 일필휘지로 걸작 한 편을 창작해낸 것이지요.
-발칙한 악상으로 유럽 오페라계를 평정하다
마침 살리에리는 요제프 2세가 명한 새 오페라의 대본이 필요했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새 오페라는 실패로 돌아갔고, 살리에리는 대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다폰테에게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러던 중 다폰테는 모차르트를 만나게 됩니다. 모차르트는 파이시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자 그것에 자극받아 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차였지요. 다폰테는 모차르트의 놀라운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대본을 써주기로 합니다.
-발랄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정미 가득
〈탄호이저〉는 기존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을 한꺼풀 벗어던지고 미래의 음악인 ‘악극’의 요소들을 잉태하고 있는 오페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탄호이저〉는 향후 바그너 작품들이 나아갈 방향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그너는 이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중창과 합창 등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번호 오페라’ 형식을 버리고, 각 장면마다 단락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무한선율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무한선율을 가능하게 하는 유도동기의 적극적인 시도 역시 엿볼 수 있지요. 이 유도동기는 전작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도 쓰였지만 〈탄호이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인의 숭고한 사랑으로 구원받은 탕아
베르디가 뒤마 피스의 원작을 접한 것은 파리에서였습니다.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스트레포니와 함께 관람한 뒤 깊은 감명을 받았지요. 그리고 곧바로 오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사회적으로 버림받는 주인공에게서 베르디는 스트레포니를 보았습니다.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로 낙인 찍혀 공개적으로 베르디와 결혼하지 못하는 처지였던 스트레포니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했지요.
-길을 잃은 여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류를 떠나보낸 후 푸치니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이제 왕자와 공주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비극 체질인 푸치니로서는 해피엔딩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 해피엔딩이지만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사랑의 이중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푸치니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도 도무지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년에 걸친 창작으로 에너지는 고갈되고 병마까지 그를 덮칩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푸치니는 끝내 자신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모든 남자를 적대시하던 공주가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는 결말 부분은 끝내 미완으로 남게 된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에 마음을 연 얼음 공주
초연과 관련해서는 토스카니니의 일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오페라를 지휘해나가다가 3막의 ‘류의 죽음’ 장면까지 지휘한 후 지휘봉을 내려놓습니다. 그러고는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푸치니에 대한 토스카니니의 경의는 공연장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마지막 역작을 완성하지 못한 거장, 그리고 그를 완성해준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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