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앵 프레비외가 '입사거부서'를 쓰기 시작한 동기는 한 회사와의 면접에서 느꼈던 모멸감과 분노였다. 면접관의 짓궂은 질문과 거만한 태도에 화가나서 자신만의 복수를 실행한 것이다.
이처럼 도발적인 그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르노블 미술학교 재학 시절에 직접 제작한 영상 작품 '몸 굴리기Roulades'에서도 그의 도발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영상에 담긴 그의 일상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면서부터 시작한다. 하루를 마치고 침대로 돌아와 영상이 끝날 때까지 그는 바닥에 누워서 옆으로 몸을 구르는 동작만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장소를 이동한다. 영상 속의 그는 마치 걷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 쥘리앵 프레비외가 '몸 굴리기' 작품을 통해 보여준 행위는 암묵적인 합의로 이뤄진 일상의 행위에서 벗어난 일탈이자 사회적 약속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회사들의 채용공고 35개, 회사들에 보낸 입사거부서 35통, 회사로부터 받은 답장 25통을 담고 있으며, ‘채용공고-입사거부서-답장’ 세 가지 형식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보낸 편지 중 답장을 받지 못한 10통의 편지를 뒤에 이어서 실었다. 별다른 해명이나 설득 없이 편지를 있는 그대로 담아 한 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쥘리앙 프레비외의 편지는 재치와 풍자가 넘친다. 회사들이 올린 채용공고를 보면서 한 문장, 한 단어의 뜻을 따져가며 그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지적하는가 하면, 옆에서 친구처럼 말을 건네며 채용공고에 담긴 회사의 바람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이야기한다. 또 편지에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로 가득 채우거나 기호들을 나열해 채용공고를 낸 회사들을 비웃기도 한다.
쥘리앵 프레비외가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분노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가 그를 품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보장제도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쥘리앵 프레비외는 비록 직업은 없었지만 자신만의 삶에 충실할 수 있었다.
또한 '입사거부서'와 그 기획에 프랑스의 각종 언론 매체들과 정·재계의 학술지들이 주목했고, 프랑스 사회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 결과 2011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치 사관학교인 시앙스포에서 주는 '시앙스포 현대예술상 관객상'이 쥘리앵 프레비외에게 돌아갔다. 정치학을 연구하는 교육기관이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2014년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상으로서 해마다 단 한 명의 예술가를 선정하는 '마르셀 뒤샹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한 젊은이의 상상력과 용기 뒤에는 이에 간섭하기보다 오히려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한 사회의 포용력이 있었다.
'입사거부서'를 통해 예술가로서 인정받은 쥘리앵 프레비외는 현재 대학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만의 작품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가 고민하는 주제는 늘 인간과 사회에 닿아 있는데, 현재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손동작들이 특정 기업의 사유재산이라는 사실을 통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인간의 몸짓마저 재산권 분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