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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웃어넘긴 ‘최순실 권력1위’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은 최순실씨가 1위이고,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으로 2014년 12월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박관천 전 경정이 한말이다. 그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에는 크게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점점 현실과 가까운 말이 되고 있다. 그는 2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검찰 수사에서 권력서열을 얘기한 것은 검찰을 통해 마지막으로 VIP(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이었다”고 밝혔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서부터 당선후 연설문 첨삭 뿐아니라 대외기밀 사전입수, 인사개입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법조인은 “처음 박 전 경정의 말을 웃어 넘겼지만, 지금와서 보니 아주 심각한 얘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최씨가 국정운영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볼만한 정황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씨 없이는 박근혜 정권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최씨는 지난 대선때부터 연설문 작성과 선거일정에 관여했고 당선 이후에도 연설문을 첨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 입을 통해 이는 사실로 확정됐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녹화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지만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프로필을 먼저 받아보는가 하면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사실상 인사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국가기밀이 포함된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 시나리오도 미리 봤다. 여기에는 대북 접촉 현황 등 민감한 안보기밀도 포함됐다.

    또 대통령 취임식, 인수위 도장 등 크게 작은 이권과 연관된 ‘공적업무’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박 대통령이 입는 옷도 최씨의 손을 거쳤다.

    청와대 참모와 장관을 모두 허수아비로 만들정도로 각 분야마다 개입한 비선실세는 우리 현대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다.

    역대 정권마다 일부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인사.이권에 개입한 사건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씨처럼 전방위적이고 절대적인 경우는 없었다.

    통상 '게이트'로 명명되는 권력형 비리도 금전문제로 얽힌게 대부분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이권개입을 넘어 국정농단으로 비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직책도 없는 민간인인 최씨에게 박 대통령이 사실상 권한을 넘겨줬다는 점이다. 정권마다 권력을 둘러싸고 알력이 있을 수 있지만, 최씨는 아무도 견제하지 못한 무소불위의 실세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성수석이나 다른 참모들도 최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직언을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아버지 최태민씨에 이어 국정을 어지럽힌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을 40년 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박 대통령이 왜 이토록 최씨에게 목맸는지는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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