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전대미문의 '최순실 게이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짓 해명' 등 안이한 대응에 나서면서 국민적 분노가 높아가는 가운데 자연발생적인 촛불시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럴 경우 2007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때를 능가하는 장외변수로서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을 사과한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통령 탄핵 집회 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랐다.
작성자는 "더 이상은 못 참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릴 때입니다"라며 토요일인 오는 29일 저녁 6시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고 촉구했다.
해당 게시글은 26일 오후 5시 현재 조회수가 2만 5천회에 달했고 다수의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시민들' 명의의 또다른 주최측은 평일인 27일과 28일 저녁에도 광화문 인근에서 '국민 저항의 날' 집회를 열자고 제안하는 이메일을 배포하고 있다.
26일에는 대학생 4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계단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고, 각 대학 별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우병우 의혹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까지 불거지며 일명 ‘우순실’ 사태가 장기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책임을 방기해온 탓이 크다.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탄핵' '하야' 등이 연이틀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나,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항의글 폭주로 서버가 다운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하루하루 상상 이상의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팔선녀' 같은 황당한 수준의 루머가 나돌아도 단지 유언비어로 치부하기도 힘들게 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폭발 직전의 성난 민심을 담아두기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상황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주류 친박의 반발과 진통 끝에 특검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난관이 적지 않다.
실효성 등을 감안할 때 특검이 자칫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면죄부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불가피하게 장외로 향할 수밖에 없는 '촛불 민심'은 위기 수준의 경제난과 안보 불안감, 점차 본격화되는 대선국면 등과 겹쳐지면서 예측불허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내년은 87년 개헌 이후 30년,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20년을 맞으며 사회 각층의 요구가 분출하는 해인 점을 감안할 때 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 나타나는 여권의 조치에 따라 단순히 장외변수에 그치지 않고 국민 대운동으로 번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