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독일로 출국했다가 영국을 거쳐 급거 몰래 귀국한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거친 비난 여론과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가 압박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씨는 30일 오전 7시 35분쯤 영국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해당 항공편은 우리시각으로 전날 오후 8시 30분쯤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했다. 의혹 제기 약 석 달 만이다.
최씨가 귀국편에 오를 때는 서울 도심에서 2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9천명)이 모여 박 대통령의 하야 촉구 촛불집회를 벌인 뒤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던 때다.
청와대는 이미 “이른 시일 내 귀국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부추겼고, 정부가 강제 소환 절차에 돌입한 것도 최씨를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 사진=세계일보 제공
'귀국 사인'을 받은 것으로 최씨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해 조만간 인적 쇄신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최씨의 자진 귀국이 국면 수습을 위한 대응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듯 보이는 여러 조치 중 하나가 최씨의 귀국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애초 최씨는 지난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상 이유를 들어 당장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최씨가 국적기가 아닌 영국 항공을 이용한 점은 이목을 피하고, 소환을 위한 나름의 시간표를 짜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씨는 독일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런던에서 출발했는데, 입국 정보를 국내에서 사전에 파악하기 더 어렵고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이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목까지 올라오는 두터운 패딩 점퍼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옆모습이 귀국 뒤 포착된 모습일 뿐이다.
최씨 측은 "독일을 떠나서 덴마크, 벨기에 등 온갖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현지에서도 언론의 추적이 심해서 독일에서 런던으로 가서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수사 담당자에게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어 하루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오늘 소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르면 31일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객관적 증거 자료들을 확보·분석한 뒤 소환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증거인멸" 우려를 하며 "당장 체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