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아침,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서울강월초등학교.
노란색 스쿨버스가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이미 한차례 운행을 하고 왔지만 숨 돌릴 겨를이 없다. 다른 지역에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문을 빠져 나와 좁고 복잡한 도로를 십여 분쯤 달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앞에 이르자 이미 예닐곱 명의 초등학생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거장에 멈춰 설 때마다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이 어느 덧 35인승 버스 한 가득이다.
실제로 스쿨버스가 운행하지 않았으면 영락없이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그마저도 어려운 학생들은 멀고 위험천만한 도로를 걸어야 한다.
서울강월초등학교 남기열 교장은 "멀리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래서 항상 걱정이었다"며 "마침 서울시에서 공립초등학교에 스쿨버스 지원 사업을 한다고 해서 제일 먼저 신청을 해 작년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월초등학교의 경우 학군이 넓어 통학거리가 가장 먼 곳은 약 1.7㎞로 걸어서 30분 거리나 된다. 여기에 여러 도로여건과 교통 환경을 고려하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강월초등학교 남기열 교장이 스쿨버스에서 하차하는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서울시내 정비되지 않은 통학로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립초등학교 스쿨버스'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 33개교를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친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무려 97%에 달했고 지속희망률 또한 만족도와 거의 유사한 수치로 분석됐다. 교직원들 역시 스쿨버스 운영이 ‘학생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는 비중이 89%에 달했다.
강월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윤지원씨는 "아침 바쁜 시간에 엄마들이 직접 학교까지 가야 했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 혼자 등교시키는 일이 많았다"며 "특히 하교할 때 걱정이 많았는데 스쿨버스가 있어서 더욱 안심이 된다"고 스쿨버스 이용 소감을 밝했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스쿨버스는 유휴시간 생태공원, 박물관, 도서관 등 근거리 학급별 소규모 체험활동 시에도 운행을 해 활용도 역시 높다.
이런 이유로 올해 스쿨버스 운영 사업은 지난해 33개에서 7개교가 늘어난 40개 초등학교로 확대 운영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강월초등학교 김경숙 교육부장은 "집에서 학교까지 지름길이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길이어서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스쿨버스 운행이 큰 도움이 된다"며 "선생님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보니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먼거리를 통학하느라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통학로 안전을 위해 현대해상과 업무협약을 맺고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안전지도 작성 및 배포,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 체험 교실을 비롯해 운전자 및 탑승보호자 대상 안전교육 등을 병행함으로써 학생과 부모가 안심하고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