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보우덴 (자료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의 보우덴은 1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회까지 무려 121개의 공을 던지며 상대 타선을 무득점으로 막았다.
보우덴의 임무는 7회로 끝난 것 같았다. 본인도 그만 던졌으면 하는 마음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보우덴에게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보우덴은 고개를 끄덕이며 8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김태형 감독은 왜 보우덴을 8회에도 마운드에 세웠을까.
김태형 감독은 "그냥 8회에 올라가서 가운데로만 던지라고 했다. 보우덴이 마운드에 서있는 것 자체가 압박이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올해 프로야구의 화두 중 하나였던 '혹사'와는 무관해보인다.
보우덴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2번이나 130개 이상의 공을 뿌린 경험이 있다. 내구성이 탄탄한 투수다. 게다가 투구수 100개가 넘어서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직구 위주의 볼 배합 특히 타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하이 패스트볼'은 여전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압도'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다.
보우덴은 김태형 감독의 요구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보우덴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마다 마음 속으로 늘 다짐하는 게 있다.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8회에) 들어가라고 한 순간 다음 이닝에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8회 투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우덴은 8회에 15개의 공을 더 던졌다.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나성범 타석에서 바통을 이용찬에게 넘겼다. NC 중심타선과의 승부를 앞두고 자기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보우덴이 워낙 잘 던졌다. 이렇게 잘 던지니 이길 수 밖에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우덴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큰 경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추운 날씨, 만원 관중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낯설만도 한데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보우덴은 "항상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내 경력에서 이렇게 큰 경기는 없었기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됐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경기를 늘 기다려왔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