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사진=두산 제공)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우승을 확정짓고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감격과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입장해서도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겁고 착잡하다"며 우승을 이끈 승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첫 마디를 남겼다.
왜 그랬을까. 상대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2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1로 승리한 뒤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는 말을 남겼고 왜 그런 생각이 드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라는 게 항상, 스포츠는 늘 1등만 있으니까. 그런 여러가지 부분들이"라고 말한 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 800승 감독님이신데, 그냥 뭔가 마음이 작년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두산은 압도적으로 우승했다. 파죽의 4연승을 거뒀고 상대에 2점밖에 주지 않았다. 두산의 우승은 찬란하게 빛났지만 그만큼 NC에 드리운 그림자는 무겁고 어두웠다.
승부의 세계, 그 중압감을 잘 아는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는지 그 심정이 느껴졌을 것이다. 1등만 주목받는 세상. 쓸쓸하게 떠난 김경문 감독이 떠올라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김경문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김태형 감독은 이어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어갔다.
김태형 감독은 먼저 선발 4인방에 대해 "선발 4명이 로테이션을 다 돌아주는 것만으로도 성공하는 것인데 승리까지 챙겨주니 너무 고마웠다. 니퍼트를 중심으로 정말 잘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에 대해서는 "양의지, 정말 잘한다. 양의지가 6회에 내게 사인을 보냈다. 빨리 다음 투수를 준비시키라고. 유희관으로 더 가고 싶었는데 수석코치도 빨리 바꿔야된다고 했다. 갈등했는데 이현승이 또 잘해줬다"고 말했다.
정재훈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정재훈은 한시즌 내내 팀을 위해 헌신하다 부상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 자리에서 같이 샴페인을 터트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데리고 올 걸 그랬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