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 스틸컷(사진=UPI코리아 제공)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당장에 박근혜는 퇴진하라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지난 2012년 12월 19일 개봉해 592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지금도 크지 않은 시장으로 분류되는 뮤지컬 영화였다는 점에서, 상영시간 역시 158분으로 길었다는 점에서 '레미제라블'의 놀라운 흥행은 사회적 현상으로 여겨졌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개봉일은 18대 대선이 치러진 날이다. 득표율 51.6% 대 48%,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투표에 참여했던 국민 가운데 절반은 좌절감을 맛봤던 것이다.
SNS에는 이 영화의 내용을 당대 정치 현실과 엮어 풀어내는 글이 줄을 이었고, 주변에서도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눈물 흘리며 치유한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던 때다.
이 영화는 빵 한 조각 훔쳤다가 19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장발장의 이야기로 시작해, 나락으로 떨어진 삶을 참지 못하고 무기를 들고 일어서는 민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배경은 권력층의 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등으로 시름하던, 민중 항쟁이 끊이지 않아 '혁명의 시대'로도 불리는 19세기 프랑스다. 영화는 극중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모순을 오롯이 보여 주면서,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더이상 비선실세 볼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지난 12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러한 '레미제라블'의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곡이 극중 피날레를 장식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자 우리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저 순교의 피로써 조국을 물들이리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이 노래가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벌인 사상초유의 국정 농단으로 들끓고 있는 2016년 말 대한민국의 광장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면서 이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를 "더이상 비선실세 볼 수 없다 외치는 소리" "당장에 박근혜는 퇴진하라 외치는 소리"로 바꾸는 식이었다.
앞서 3일 중앙대 학생 1000여 명도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면서, 마지막 순서로 성악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참가자들이 이 노래를 합창하는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집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우고 있다.
이러한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에 관한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7*********'는 "어느 대학교든 성악전공들이 시위에서 레미제라블 '민중의 노래' 불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y*******'는 "예전에 '레미제라블' 볼 때는 그냥 프랑스 사람들 멋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저기 있는 사람들 우리랑 비슷한 고통 겪고 나서 저렇게 죽을 각오로 나왔다고 생각하니까 울컥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