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로서 분석 결과 발표했을 뿐
-후보시절 직접 만남 경험으로 분석
-외부 압력으로 정교수 해임한 것 아닌가
-최순실 스트레스? 박근혜 스트레스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상민(전 연세대 교수)
지난 1월 말 연세대에서 해임을 당한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 여러분, 잘 기억하실 겁니다. 그 당시에 해임 사유는 겸직 의무를 위반했다, 이거였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의심했습니다. 황 교수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했던 독설들이 원인이 된 건 아닌가. 그 당시 황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여성이지만 여성이 아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었죠. 거기서 나온 게 ‘생식기만 여성이다’, 이 발언이었습니다. 지금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나니, 그 당시 황상민 박사는 도대체 어떤 부분에 주목해서 저런 말을 했던 건가 궁금해집니다. 황상민 박사 다시 한 번 만나보죠. 황 박사님, 안녕하세요.
◆ 황상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은 완전히 해임이 되신 상태인가요?
◆ 황상민> 네. 해직 교수 상태에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해임의 공식적인 이유는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 이거였는데. 황 교수님은 계속해서 해임의 진짜 이유,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계속 주장을 하고 계세요?
◆ 황상민> 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일 때 제가 했던 발언도 있고요. 그 이후에 다른 언론의 인터뷰에서, 그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촛불을 앞에 둔 무녀와 같은 그런 인상을 받았다는 표현을 제가 썼었어요.
◇ 김현정> 촛불을 앞에 둔 무녀와 같다고 분석을 하셨어요?
◆ 황상민> 네. (그 표현을 쓴 인터뷰를 한 지) 몇 개월 지나서, 거의 한 1년쯤 지나고 친구를 만났더니 ‘황 교수 너 VIP를 촛불 앞에 선 무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냐’고 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했더니, 그 이야기를 청와대에 있는 친구한테 자기가 들었다면서, 그 사람들이 너 죽이겠다고 했다더라.
◇ 김현정> 너 죽이겠다고 하더라? 청와대 사람이?
◆ 황상민> 네. 청와대에 있는 애들이 너 죽이겠다고 그러더라, 그러면서 걔네들이 ‘황 교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이런 식의 표현까지 쓰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아냐 해서 그걸 저희들이 알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 김현정> 황 교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 황상민> 제가 그 말을 전한 친구한테 ‘야, 그게 뭔 말이냐’ 했더니 ‘나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촛불 앞에 선 무녀 같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이제 생각해 보니 비선실세를 황 교수가 알고 얘기한 거냐 이런 의미로 들리네요?
◆ 황상민> 네. 저도 지금 와서 그게 그 말이었구나 싶고. 그런데 사실은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 이후에 2014년이 돼서 세월호 일이 터졌을 때 우리 대통령이 왜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전혀 나타나지 않을까. 그래서 이분의 심리상태는 대체 어떻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정확히 알아야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분의 심리에 대한 분석 연구를 2014년에 했었어요. 그리고 2014년 연말쯤에 그 결과가 나왔는데요.
◇ 김현정> 어떻게 나왔습니까?
◆ 황상민> 딱 한마디로 이분을 설명하면 ‘꼭두각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고 또 그 행동을 보인다는 게 결과로 나왔어요.
◇ 김현정>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꼭두각시?
◆ 황상민> 실제로 사람들이 이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쭉 모아서 그걸 정리하면, 실제로 이 사람에 대해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낼 수 있고 기억하는 행동들이 잡혀요. 그러면 그 행동들을 다 묶어서 보면, ‘꼭두각시’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묘사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럼 교수님께서는 예를 들어서 박 대통령을 두고 우리가 수첩공주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런 행동이라든지 이런 특징적인 것들을 종합하신 거예요?
◆ 황상민> 그렇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다, 뭐 이런 식의 행동도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누군가의 말을 대신하는 듯하다, 또 때때로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식의 행동특성들을 쭉 모았는데요. 그런 모습들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꼭두각시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고, ‘혼군(昏君)’이라는 단어로서 표현할 수 있는 거죠. 이 ‘혼군’을 쉽게 표현하면 ‘맹한 여왕’이다.
◇ 김현정> 맹하다?
◆ 황상민> 그렇죠. 맹하다는 말은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뜻이고, 또 다른 단어는 ‘얼굴마담’이었어요.
◇ 김현정> 교수님, 이걸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셨던 거예요, 아니면 어디다 기고를 하신 거예요?
◆ 황상민> 신동아 2015년 5월달에, 논문 기고로 나왔어요.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러니까 종합해볼 때 결국은 VIP 눈 밖, 권력자 눈 밖에 난 것이 진짜 이유가 아니었는가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정황을 지금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들으면서 촛불 앞에 선 무녀, 이런 분석은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가능했는가 여기가 좀 걸리네요?
◆ 황상민> 저는 2007년 당시에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을 사전에 다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 김현정>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때?
◆ 황상민> 그때 어떤 월간지에서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데, 그 월간지 측에서 심리학자인 당신이 같이 가서 보면, 그 후보가 이야기하는 것과, 또 그 사람이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의 에센스를 찾아내서 글을 주면 더 재미있는 인터뷰가 되지 않겠냐, (그런 제안을 받아서) 박근혜 후보랑 사실은 1시간 반 이상이나 인터뷰를 하면서, 저는 옆에서 기자들 인터뷰하는 거, 질문하는 거, 그리고 거기에 답변하는 걸 쭉 관찰했는데 참 신기하게 생각한 거는 박근혜 후보, 이분은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 김현정>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하고 자기 이야기 안 하는 거하고 어떻게 구별하세요?
◆ 황상민>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 속에 그 사람의 감성이 묻어나와요.
◇ 김현정> 말하는 것을, 똑같은 내용을 말해도 감성이 묻어나는 것과 안 묻어나는 게 있군요?
◆ 황상민> 그렇죠.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은 마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고, 자기도 자기 이야기를 하지만 마치 그냥 의례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나오는 거죠. 보통 우리가 공무원들이나 높은 자리에 있으신 분이 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이 상당히 표정 변화도 없고 책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이 나오잖아요.
◇ 김현정> 로봇처럼 말하는 분들 있죠.
◆ 황상민> 그렇죠. 그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와, 신기하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분이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대체 그럼 이건 어떤 상황인가 그러면서 열심히 관찰을 했는데요. 마치 허공을 주시하는 듯이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걸 반복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거예요. 제가 이거는 대체 뭐로 표현을 해야 될까 생각을 했을 때, 아, 이분은 지금 이 세상에서 자기가 살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자기가 살고 있지 않은 듯한, 그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사람이구나.
◇ 김현정>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발을 붙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
◆ 황상민>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런 상황을 가장 잘 경험하는 사람들이… 마치 다른 세상이 있는 사람의 마치 소원을 들어주거나 한을 풀이하는 듯한, 그런 심리 상태를 가진 사람이면 (가능하다), 누구를 대신해서 치성을 드린다든지… 마치 그런 사람, 굿을 한다든지 그런 사람일 것 같아서 그럼 이건 촛불을 앞에 둔 무녀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건 자기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자기는 대통령이라고 믿는, 또는 대통령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거지, 이 사람이 특별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경험들을 종합해서 여러 가지 심리들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화근이 돼서 이렇게 해임까지 간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신 건데…
◆ 황상민> 그런데 그것보다 또 하나, 김성주 씨가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라서 (생식기 발언 논란 때) 연세대학교를 찾아와서 황 교수를 해임시켜라, (항의를 하고) 정갑영 총장은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김성주 씨한테 답변을 했다고 그러거든요?
◇ 김현정> 그 당시에 아주 강하게, 그러니까 생식기 발언 나온 후에 김성주 당시 선대위원장이 강하게 항의를 했죠.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를 인격 말살했다’,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심지어는 ‘황 박사가 정신병자다’, 이런 표현까지 나왔거든요.
◆ 황상민> 그러게요. 그런데 저는 더 웃긴 게 그 당시에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건 여성인격 모독하고 전혀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 특히 핍박받고 어려움을 겪는 그런 여성의 삶을 전혀 겪지 않으신 분이, 갑자기 여성 대통령이라고 나오니까 이거는 도라지를 산삼이라고 주장하는 그런 사기극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그거는 아니지 않아요’라는 의미에서 사실은 그렇게는 하면 안 된다라는 느낌에서 그 이야기를 했던 거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본인이 돈이 많고 또 정치적인 파워가 있다고 해서 대학교를 찾아와서 교수를 잘라라, 이런 이야기를 하실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저는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청와대에서 너 죽여버린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들으셨다는 것, 이게 좀 충격적이네요?
◆ 황상민>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테뉴어(종신재직권)가 있는 정교수를 뻔뻔하게 자를 수 있는 대학이라는 것, 사실은 저는 설마설마하면서 몇 달을 지냈어요. 그런데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말이 대학도 마찬가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우리가 요사이 한참 했는데, 황 교수님 이야기 들으니까 학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 황상민> 네… 어쩌면 지금 국민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또 어떤 분은 그러더라고요. 이게 최순실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건 최순실 스트레스가 아니라 박근혜 스트레스고. 이거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는 여신과 같은 존재가 갑자기 꼭두각시라는 것을 느낄 때, 이건 애국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매국노가 된다거나 하는 그런 상황이 됐다는 걸 느낄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충격, 그걸 온 국민이 지금 벌써 한 달 이상 느끼고 있는 상황이 돼버렸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황상민> 아주 엄청난 일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정신 바짝 차리고요. 우리의 높은, 국민성이 높지 않습니까? 이걸 제대로 보여줘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황상민 박사님, 고맙습니다.
◆ 황상민> 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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