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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소재원 "강남에 제2, 제3의 최순실 많다"

    [노컷 인터뷰] "삼류 막장드라마 이상의 것들이 나오니 작가들도 멘붕"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 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등의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소설가 소재원(34)은 "이젠 소설가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터널' '소원' 등으로 한국 사회의 민낯을 파헤쳐 온 소재원은 16일 CBS노컷뉴스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 삼류 막장드라마라고 욕했는데, 그 막장 이상의 것들이 나와 버리니 작가들도 멘붕 상태에 빠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변 작가들을 만나면 '제2의 최순실이 되고 싶은 것 아니냐'고들 우스갯소리를 해요. '누군가의 든든한 그늘 아래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거죠. 다만 '누군가의 그늘 아래 있더라도 누군가의 피를 빨아먹는 짓은 하지 말자'는 겁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우리의 피를 빨아서 자기들 욕구를 충족시킨 거잖아요. 제가 어떤 사람을 안다고 해서 사회에서 조금 혜택을 받을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최순실 등은 그 이상의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저지른 경우죠."

    그는 최순실을 두고 "전형적인 강남 아줌마"라는 표현을 썼다. 강남에 살다보면 제2, 제3의 최순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강남에 살다가 이사를 했는데, (최순실은) 그곳에서 너무 많이 봐 왔던 스타일이에요. 강남에서는 하다 못해 구의원만 알아도 남다른 권력을 갖는데, 대통령을 아는 것 하나로 주변 사람들이 설설 길 수밖에는 없었겠죠. 강남 문화를 그대로 흡수한 사람이 바로 최순실이라고 봅니다."

    "최순실 딸의 이대 부정입학 같은 경우는 강남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것이 소재원의 주장이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공부로 대입 준비하는 친구들은 돈은 많은데 연줄이 없는 집안 아이들이에요. 연줄이 어느 정도 있는 친구들은 공부 안해요.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그게 죄라고 생각 안해요. 그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거니까요. 최순실도 자기 딸을 그렇게 학교에 넣는 걸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했을 겁니다."

    소재원은, 박 대통령이 통일·안보·외교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서 전문가를 배제한 채 최순실 등 비선 조직의 터무니없는 결정을 따랐다는 데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참혹한 심정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사실 대통령 같은 권력자를 안다고 해서 자기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건 최저 수준의 타락한 인간형이잖아요. 국정운영 전반에 전형적인 강남 아줌마가 스스로 전문가인냥 나서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 말을 듣고 움직였다는 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제정신인 사람들에게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고잖아요. 저는 이들에 대한 검찰 조사와 함께 정신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 "국민들, 야당이 잘나서 찾은 것 아냐…광장의 목소리 정확히 대변해야"

    소설가 소재원. 그는 "결국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공평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사진=소재원 제공)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100만 촛불이 모였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광장에 함께 있던 엄마들과 아이들, 제 또래는 물론 선배, 후배들 모두가 의지를 갖고 뭉친 자리였죠. 그런데 크게 변한 것이 없어요. 우리가 촛불을 들어 기적을 일으켰는데, 그 기회를 낚아채려는 기득권층의 모습만 보입니다. 정신병자들에게서 권력을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로 뭉쳤던 우리는 또 다시 언론 등에서 배제되고 있어요. 그 자리를 촛불은 안 들고 TV 중계로만 봤을 법한 시사평론가들이 차지한 채 시국을 논하고 있습니다."

    소재원은 이렇듯 광장의 목소리가 소위 제도권에 의해 변질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언론에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국민을 조명해야 우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학생들, 형님·누님들 얼마나 말 잘합니까. 그러니 5·18민중항쟁, 6월항쟁과 같은 기적적인 일들을 만들어낸 거죠.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다' '탄핵이 어떻다' 어쩌고 저쩌고 하니까 원초적인 문제가 나오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 절규하는 광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죠. 저처럼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기득권 안에는 아무도 없잖아요. 지금 방송에서 하는 행태는 어려운 말들 써가면서 체면치레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위원을 맡고 있는 소재원은 정치권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단 (박 대통령과의 양자 영수회담을 청와대에 제안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나요? 소통의 부재, 국민의 소리를 안 들었기 때문입니다. (추 대표의 경우) 기회는 국민이 만들었는데, 기득권이 이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비쳐지지 않아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촛불들이 하야를 원하는지, 질서 있는 퇴진을 원하는지를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야당에서 내놓는 게 정말 국민의 소리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지금 국민들은 불안을 없애고 싶어 합니다. 저 역시 두려워요.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니까요. 국민 모두가 그럴 겁니다. 그 두려움을 없애려 촛불을 든 거겠죠. 그래서 야당을 찾았던 거겠죠. 야당이 잘나서 찾은 것이 아니라, 최악의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찾은 겁니다. 그러면 야당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해 줘야죠. 문재인 전 대표도 그래요. 어제(15일) 기자회견을 봤는데, 그 수준이 정말 우리가 바라는 건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 "'세금 안 내서 나라 망하나, 누군가 빼돌려 망하나 똑같잖나' 학생들 말에 충격"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 100만여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을 가득 매우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소재원은 "결국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공평한 사회"라며 "항상 변하지 않아 왔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력한 자에게 그만한 보상이 있고, 노력한 만큼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모든 것에 대해 공정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바랄 게 뭐가 있습니까. 두려워할 이유도 없죠. 저는 그것을 야당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한 강연 이야기를 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그러더군요. '이제는 우리가 대학생이 되고, 세금을 내야 할 나이가 될 텐데, 우리부터라도 1년 동안 세금을 내지 말자는 결의를 하고 싶다'고요. 이유를 물으니 '세금이 없어 나라 망하나, 누군가 빼돌려서 나라 망하나 똑같다'는 겁니다. 제가 '세상이 그렇지만은 않다'고 설득하니, 학생들은 '누군가 세금을 빼돌려서 많은 사람들이 빈곤한 거나, 우리가 세금을 안 내서 빈곤한 거나 똑같은 것 아니냐'고 말해요. 군대를 거부하는 친구, 부모와 이민을 준비한다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신뢰가 무너진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없다고 생각하니 서로를 의심하고, 오히려 노력을 안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보다는 요령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소재원은 한탄했다.

    "이제는 우리가 보여줘야 합니다. 요령으로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걸요. 우리가 땀 흘리며 노력한 시간만큼 보상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물론 그 시작은 광장에 모이는 촛불들이 여는 거죠."

    소재원은 "저 역시 100만 촛불 덕에 두려움을 이겨냈기에 고마운 게 많다"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이번 주말부터 세월호 서명운동을 시작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터널'은 세월호와 같아요. 이걸 세월호라고 내놓고 얘기 못했던 건 대기업 투자사가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스크린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터널'을 영화로 만든 것도 세월호와 닮아서였어요. 계약 전부터 나왔던 얘기죠. 그런데 저도 감독님도 얘기하지 못했어요. 정말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광장에서 100만 명의 사람들이 저와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는 걸 안 뒤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를 얻었어요. 제가 강연 등을 다닐 때 세월호 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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