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다음주초 역사 국정교과서 공개를 강행하기로 했지만, 각계각층의 반발로 현장 검토부터 배포까지 일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실제 수업에 활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지지율 5%' 정권 막판에 또다른 국가적 낭비가 될 거란 우려만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이준식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 한 달간 의견수렴 기간을 가진 뒤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하고, 곧바로 인쇄 및 보급에 들어가 내년 3월 새학기부터 일선 중고교에서 가르치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계와 역사학계가 강력 반대하고 있어, 당장 현장 검토 단계부터 차질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학계' 대다수에 해당하는 102개 대학 561명의 교수들은 22일 이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국정화 폐기를 촉구하는 한편, 남은 제작 일정에도 일체 참여하지 않을 뜻임을 밝힌 상태다.
연세대 사학과 하일식 교수는 "국정화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원죄"라며 "게다가 범죄집단으로 드러난 극소수 세력이 자신들만의 이념적 지향을 관철하기 위해 지시한 교과서로 이 나라의 청소년들이 배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완성된 교과서를 보면 반대 여론도 줄어들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지만, '국정화'란 방식과 절차 자체가 반민주적 발상이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방점이 찍힌 셈이다.
'수업 재량권'을 지닌 일선 중고교 교사들 역시 국정교과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대 교원단체이자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마저 '국정화 반대'로 돌아선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오는 25일 국정화 폐기와 이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교사들의 서명을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 김태우 회장은 "국정화 시도 자체가 민주주의 후퇴이자 독재 회귀적 발상"이라며 "현장 검토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뜻"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가 현장 검토를 졸속으로 마친다 해도, 배포 작업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전국 교육감들의 반발이 거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성명을 내어 "국정교과서 공개 강행을 즉각 중지하라"면서 "그만두지 않을 경우 국정화 시행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25일 오후 세종시에 모여 공동 대응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국정교과서 수령이나 대금 지급을 일체 거부하는 방안 △이미 이뤄진 교과서 신청을 취소·반품하는 방안 △대안·보조교재 활용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교과서가 무상 지급되지만, 교과서를 사야 하는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이미 지난달부터 불매 운동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5일 발족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에도 벌써 3만명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22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긴급 포럼을 열어 "국정교과서가 아닌 교사 중심의 대안 역사교육이 공식 교과과정이 될 수 있도록 청원 활동과 법적대응을 비롯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도 채택했다.
교육부가 우여곡절 끝에 배포를 마친다 해도, 국정교과서가 실제 교실에서 사용될지조차 미지수다. 정치권에서 이미 국정화 금지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만큼, '1년짜리 교과서'로 그칠 공산도 크다.
역사교사모임 김태우 회장은 "정부가 국정교과서 배포를 강행하더라도 일선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폐해를 최소화시킬 것"이라며 "실제 수업은 다양한 학습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