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제37회 청룡영화상이 막을 내렸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주연상부터 감독상까지, 쟁쟁한 국내 배우들과 감독들이 후보에 올랐다.
2016년 영화계를 결산한 청룡영화상의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 실속 챙긴 '내부자들'과 '아가씨'다관왕을 차지한 작품은 4관왕에 오른 영화 '곡성'이었지만 실속을 챙긴 영화는 '내부자들'과 '아가씨'였다.
'내부자들'은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아가씨'는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배출해냈다.
개봉 1년 가량이 지났음에도 '내부자들'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정계와 대기업 그리고 언론의 유착 관계를 그린 '내부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현 시국에 더욱 주목받는 영화가 됐다.
'아가씨'는 한 영화의 주연 배우들이 모두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두 부문 외에도 류성희 미술감독이 '아가씨'로 미술상을 수상했다. 류 미술감독 대신 박찬욱 감독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다름을 동력으로 삼아서 반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보다. 박 감독님의 영화가 정말 이런 것이란 믿음이 있고 늘 그런 영화에 참여하게 되어 고맙다' 이렇게 말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배우 이병헌과 김민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내부자들'의 시국 소감배우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25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처음 '내부자들'과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재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너무 사회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려고 애쓴 것이 아닌가, 과정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촛불이 타오르게 된 현 시국을 위로하는 수상 소감을 건넸다.
그는 "결과적으로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긴 상황 같다. 소신 발언 이런 건 아니고, 모두 한 마음이 되어서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아이러니하게 그 장면을 보면서 분명히 저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내부자들'의 제작사 대표 역시 짧지만 굵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지금 이런 시국에 '내부자들'이 이 상을 받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건강한 대한민국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주인공 김민희 없었던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은 청룡영화상에 참석하지 않은 김민희를 대신해 윤석찬 프로듀서가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과 지난 6월 불륜설에 휩싸였던 김민희는 잠정적으로 국내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김민희는 앞서 열린 다른 영화 시상식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윤 프로듀서는 "지난 2013년부터 올 여름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해 준 배우이고, 김태리 배우와 김민희 배우 모두 너무 축하드린다. 외국어로 연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외국으를 정복해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다음은 제37회 청룡영화상의 각 시상 부문.
△ 최우수 작품상: 내부자들
△ 남우주연상: 이병헌(내부자들)
△ 여우주연상: 김민희(아가씨)
△ 감독상: 나홍진(곡성)
△ 남우조연상: 쿠니무라 준(곡성)
△ 여우조연상: 박소담(검은 사제들)
△ 신인남우상: 박정민(동주)
△ 신인여우상: 김태리(아가씨)
△ 신인감독상: 윤가은(우리들)
△ 촬영조명상: 이모개·이성환(아수라)
△ 편집상: 김선민(곡성)
△ 각본상: 신연식(동주)
△ 미술상: 류성희(아가씨)
△ 음악상: 이후경(곡성)
△ 기술상: 곽태용·황효균(부산행)
△ 청정원 인기스타상: 정우성(아수라), 배두나(터널), 쿠니무라 준(곡성), 손예진(덕혜옹주)
△ 청정원 단편영화상: 여름밤
△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부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