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홈 경기 평균 관중이 크게 줄어든 수원은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FA컵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FC서울과 FA컵 결승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우리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간절하게 준비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렇게 재미있게 훈련한 적은 처음이었다. 힘든데도 웃으면서 훈련했다” (수원 주장 염기훈)
올 시즌 수원 삼성은 창단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앞서 두 시즌 간 K리그 클래식에서 준우승하며 줄어드는 ‘살림’에서 명문 클럽의 위상을 높였던 수원이지만 올 시즌은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수준까지 좋지 않은 성적에 그쳤다.
시즌 막판 극적인 반등으로 1부리그 잔류는 성공했지만 2014년 경기당 2만명을 육박했던 평균 관중(1만9608명)이 2015년 1만3195명으로 크게 줄었고, 올 시즌은 1만643명으로 사실상 ‘반토막’났다.
수원의 최대 고민은 경기장을 찾는 팬이 다시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점. 하지만 부진한 성적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 시즌 힘겹게 FA컵 결승까지 진출하며 잠시 수원을 잊었던 축구팬을 다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되돌아오게 할 기회를 잡았다.
수원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3만1034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짜릿한 2-1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의 3배가 넘는 관중이 몰려든 탓에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교통이 마비됐을 정도였다.
수원 삼성은 FC서울과 FA컵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굶주림'의 진가를 그라운드에서 보여달라는 서정원 감독의 주문을 100% 완벽하게 경기력으로 부응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정원 수원 감독은 “남해 전지훈련에서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집중이 상당히 좋았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승리 비결을 소개했다. 이어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선수들이 모두 간절하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두 팀의 차이는 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서 감독은 “서울은 좋은 팀이지만 리그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느슨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경기 전 “굶주려 있는 사람은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무섭다’는 말을 선수들에게 했는데 정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수원의 주장 염기훈 역시 “남해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했다. 힘든 가운데 웃으면서 훈련을 하는 분위기라 이렇게 재미있게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경기 전 ‘일대일 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말자’고 주문했는데 위험한 상황도 피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고 귀중한 승리 비결을 소개했다.
수원의 남해 전지훈련은 단순히 선수들의 컨디션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었다.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기가 죽었던 수원이지만 염기훈은 “우리 모두가 경기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실점한 뒤에도 또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단단했던 정신력을 결승 1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