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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함 성추행' 피해 중학생 전학…母 "아들 살려야 했다"

사회 일반

    '청소함 성추행' 피해 중학생 전학…母 "아들 살려야 했다"

    • 2016-11-28 07:43

    피해자 어머니 "자식 입에서 죽음이란 말 나오는데 교육당국은 수수방관"

    (사진=자료사진)

     

    "학교나 교육청이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쉬쉬하는데 급급해 하는 상황에서 전학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자식 입에서 자살, 죽음이란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두고 볼 수 있습니까?"

    같은 반 학생들의 집단 성추행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피해 전학을 선택한 충북 제천시 모 중학교 1학년 A군 어머니 B(38)씨는 아들의 전학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A군의 같은 반 학생 10여 명은 A군을 교실 청소도구 보관함에 집어넣고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지는 등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가해 온 것으로 교육당국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A군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지난 24일 처음 등교했다.

    B씨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형식만 강제 전학이 아니었을 뿐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라며 "학교나 교육당국은 사실상 수수방관함으로써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전학을 가게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가 터진 건 지난 3월 말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A군을 청소함에 밀어 넣고 문을 막아선 뒤 한 명씩 번갈아 들어가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했다.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쉬는 시간에도 되풀이됐고, 교사나 부모에게 이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지나가다 툭툭 머리를 때리기 일쑤였고, '장애인XX'라는 욕설을 비롯한 언어폭력에 가정사까지 놀림거리로 삼았다.

    A군은 극도의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였고,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나중에는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결국 사건이 알려져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와 지역위원회가 잇따라 열리고 가해 학생들이 출석정지 등 징계를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괴롭힘이 계속되자 B씨는 충북도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고 가해 학생들의 전학 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가해 학생 부모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지만 "왜 고소를 취하하지 않느냐. 도대체 얼마를 원하느냐"는 반응 일색이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부모나 학교로부터 바란 것은 '아이는 괜찮으냐, 치료는 잘 받고 있느냐'는 말 한마디였다"며 "따뜻한 사과와 위로는커녕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한테 미루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재발 방지 서약서와 서면 사과도 사건 발생 6개월도 더 지나 가까스로 받을 수 있었다.

    한때 잠잠한 듯 보였던 집단 괴롭힘은 2학기 들어서 다시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물병에 이물질을 집어넣고 물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들이 '자살, 죽음'이란 단어를 자주 꺼내고, 학교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까지 하자 B씨는 결국 아들을 전학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아들이 전학 간 학교는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예전 학교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등교 첫날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매우 행복해했어요. 예전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른 학생들에게 다 알려주고 협조를 구했답니다. 조회시간에는 아들을 직접 소개해주기도 했어요."

    B씨는 "아이가 상황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너무 힘들었다"며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피해자 치유와 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과 배려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교육당국의 태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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