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임승유휴일은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로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는 너 사이로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 날엔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모르지 않는 네가왔다가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링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2017 현대문학상 수상시집>과 <2017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이 출간되었다. 62회 현대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은 임승유 시인의 '휴일'외 7편이 선정되었다. 시 부문 수상후보작으로 고영민, 「옥상」 외 6편/ 김 안, 「불가촉천민」 외 6편/ 신동옥, 「겨울빛」 외 6편/ 신용목, 「더 많거나 다른」 외 6편 / 오 은, 「부재중 전화」 외 6편 /하재연, 「최소한의 숲」 외 6편이 선정되었다.
심사평삶의 요령부득과 허망함을 독특한 형언形言으로 받아내고 있는 임승유의 시들은 2000년대 이후 출현한 한국 시의 젊은 어법을 한 단계 갱신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의 어투는 그런 만큼 낯익고 또 그만큼 낯선데, 어느 경우건 드문 생생함을 유지하고 있다. 꾸밈말이 극단적으로 절제되거나 구문과 구문, 말과 말들이 독특한 각도로 어긋나거나 교차되며 일상어에 긴장을 부여하는 임승유의 시적 모험은, 생의 치욕과 무력감에 대한 대응으로서 충분히 새롭고 성실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김사인(시인 · 동덕여대 교수)
수상소감
시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시에 대한 시를 쓰고 싶었다. 시로 환원될 수밖에 없는 시. 써놓고 나면 한 편의 시일 수밖에 없는 시.
언어로 시작해 언어를 경유하면서 종국에는 언어만이 아닌 어떤 지점에 가 닿고 싶었다. 대상에서 시작해 대상의 결을 통과하면서 대상 그 자체가 언어에 다름 아닌 것이 되기를 바랐다. 작업은 인위적인 것이지만 인위가 끼어든 자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가장 가까운 말에 기대 조금씩 움직였다. 일상적이지 않은 말은 끼어들 자리가 없도록, 낯선 사물은 놓일 자리가 없도록 하면서. 태양이 뜨는 자리에 바람이 부는 장면을 가져다 놓아도 이상할 게 없는, 기다리는 자의 의자에 떠나는 자의 의지를 부려놓아도 작용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도록 하면서. 맞닥뜨리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 익숙했던 시간과 장소에서 가장 낯선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사람의 표정.
상을 받았으니 이런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몇 문장 적었지만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져버릴 메마른 자세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이런 자세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르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써놓고 내가 읽었다. 다른 사람이 쓴 것은 다른 사람이 읽겠지 그러면서.
그런데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덜컥 겁이 나면서도 감사하다. 조금은 더 해보라는. 해볼 만큼은 해보라는. 가장 가까운 말을 통해 가장 이상한 곳까지. 갈 데까지 가보라는. 그런 주문을 받은 것 같다.
62회 현대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은 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이 선정되었다. 수상작 외에도 수상작가의 자선작을 수록하였으며, 수상후보작과 역대 수상작가의 최근작을 수록하였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수상작가 김채원의 수상소감 등을 함께 담았다.
심사평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은, 체스에 대해 말하면서 체스 아닌 것에 대해 말하는 독특한 화법의 소설이다. 실은 체스(의 모든 것)에 대해서도 거의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것이 말해지고, 말하지 않은 것이 말한 것이 되는 이상한 소설. 체스에 대해 말하려면 체스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치 이 소설의 화자인 ‘나’와 같이 범상하고 납작한 감각의 소유자인 나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게 읽힌다. 이 소설 속 인물 ‘국화’가 자기는 부끄러움을 이기는 사람,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상태로 그걸 넘어서는 사람, 그렇게 이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자 소설 속의 다른 인물 ‘노아 선배’는 “뭐 그런 말이 있냐. 어떻게 그런 말을 다 해”라고 말한다. 그는 그 말을 ‘뭐가 그렇게 감동적인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한다. 단계적 사유나 추리의 과정을 거쳐서가 아니라 여러 차원의 감각들을 한꺼번에 동원해서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소설임을 주장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나 역시 ‘노아 선배’와 같은 자세로, 약간의 놀라움과 기대를 섞어 말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다 써
-이승우(소설가, 조선대 교수)
수상소감 우리는 매일매일 안녕을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녕, 굳이 마지막을 떠올릴 필요가 없는 안전하고 무사한 안녕. 그렇게 안녕, 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에 다른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완전한 안녕. 하지만 그런 안녕을 기대하며 글을 시작하다 보면 깨고 싶지 않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사람처럼 고통스럽게 어제의 이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체스의 모든 것」을 쓰는 동안에도 그랬던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그리 심각할 것 없는 하루하루였다. (……)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 이 상을 받았던 작가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며 읽어보았다. 이름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들에서 받았던 감동과 놀라움이 되살아났는데, 거기에 나라는 사람이 들어가도 되는지는 자신이 없었다. 더 노력하고 소설을 대하는 첫 마음을 잃지 말라는 무거운 격려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지금 내 보잘것없는 두 손, 쓰고 있는 두 손, 쓰고 싶다는 마음 이외에 가진 것이 없는 나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써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나의 안녕을 도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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