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7회째를 기록하고 있는 주말 촛불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풍자의 농도가 한결 짙어졌다.
전날 234표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열차'가 출발함에 따라 시민들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린 모습이다.
광화문 광장 초입에는 "닭 잡아야 새벽 온다", "똥 치우는 날" 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붉은 깃발이 공중에서 나부꼈다.
광장 중간에는 전북 군산에서 온 시민 박성수(62)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사랑의 모금함'을 준비했다.
박 씨는 "실업자가 된 박근혜 대통령을 돕자"는 팻말을 들고 "죄는 미워하되 닭은 미워하지 말자"며 "10원 짜리만 받는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 모금함에 던져 넣었다.
시민들은 '굿바이 병신년(丙申年)'이라는 팻말을 직접 만들어오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찌그러뜨린 사진을 제작해오기도 했다.
광장 한 켠에서는 "아마도 그녀는 귀머거린가봐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박근혜 헌정시'가 등장했다.
시에서는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외쳐대는 국민의 함성이 안 들리는 근혜는 정녕 귀머거리다, 촛불이 안 보이는 근혜는 맹인이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한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염원해 '박하사탕'을 공짜로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들을 폐기하자는 목소리에도 탄력이 붙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시행해 온 정책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전기 누진제를 없애자"는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었고 고용안정성을 되찾자는 팻말도 자리했다.
시민들은 "조선하청 노동자의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장 곳곳에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스티커가 붙었다.
(사진=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