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첫 주말인 10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10일 전국에서 열렸다.
전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성난 민심이 누그러지고 매서운 강추위에 열기가 식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목소리는 외려 더 거셌다.
◇ 칼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1600여개 시민사회단체연합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전국 27개 도시에서 7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서울 80만 명(경찰 추산 12만 명), 부산 10만 명 등 전국에서 모두 104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오후 6시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본집회를 열었고, 이를 전후해서는 어김없어 청와대 방향 행진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청와대 100m 앞인. 효자치안센터부터 남쪽으로는 코리아나호텔, 동·서쪽으로는 각각 안국역과 사직터널 근처까지 도심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구속", "정책 폐기", "황교안 (총리·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재벌 총수도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추위가 이어졌으나,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시민들의 열기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경기 양평군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이수연(44·여) 씨는 "탄핵으로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구속도 해야 하고 완전한 퇴진도 봐야 한다. 그냥 멈추면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최모(41) 씨 역시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 있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오늘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광장으로 향하더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광화문 광장 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헌재 앞 외침 "국민의 명령이다…인용하라"촛불 든 시민들의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제출된 헌법재판소 근처에서도 울려 퍼졌다.
본집회 후 2부 행진을 이어가던 시민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오후 8시쯤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잠시 멈춰 구호를 외친 것.
이들은 "탄핵을 인용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를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연호하고 함성을 지른 뒤 다시 행진을 이어갔다.
주말이지만 일부 헌법재판관들은 출근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나 수사와 관련한 풍자도 농도가 한결 짙어진 모습이었다.
탄핵안에 끝까지 반대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사진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발에 밟혔다.
도로에 늘어선 경찰 버스에는 박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모습이 그려진 스티커가 붙어있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염원한다는 '박하사탕'을 나눠주는 사람이나 '퇴진', '하야' 등의 글이 수놓인 목도리를 파는 상인도 있었다.
(사진=김광일 기자)
◇ 목표는 즉각 퇴진…계속 이어진다탄핵안이 가결되고 대통령의 직무가 일단 정지됐으나 촛불집회는 8차, 9차 이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퇴진행동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해봐야 알겠지만 즉각 퇴진이 목표였으니 일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내 경찰서별 일선 경찰관 집회 동원 인원도 그동안 1개 중대 80 여명으로 편성하다 최근 2개 중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는 헌법재판소 바로 앞까지 행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