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 계파의 대표급 의원들을 '해당행위자'로 규정하며 탈당을 요구했다.
친박계는 비박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의 책임을 물었다. 반면 비박계는 친박 핵심 의원들을 '최순실의 남자'로 규정하며 역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두 계파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요구한 이상 각 계파는 '자진 탈당'의 방식보다 상대측의 출당을 실력으로 관철시키는 권력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親朴 원색적 맹비난 "김무성‧유승민, 배신의 아이콘"
왼쪽부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진=자료사진)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는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 매리어트 호텔에 41명이 모여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탈당을 공식 요구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들 41명 의원 중에는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 표결을 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은 비상시국회의가 '탈당' 대신 자신들에 대한 '인적 청산'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편 가르고 분열시키는 주동자가 있는 비상시국회의가 지도부를 퇴진하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소가 웃을 일"이라고 퇴진 요구를 묵살했다.
이들은 김 전 대표에 대해 '현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라고, 유 의원에 대해선 지난 2007년 대통경 경선 당시 박 대통령 캠프에서 '최태민 의혹'을 방어한 동영상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비박계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 탄핵을 사리사욕과 맞바꾼 배신과 배반, 역린의 상징"이라며 "인간 이하의 처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신들을 '구당파(救黨派)'라고 스스로 규정한 친박계 지도부는 이정현 대표의 오는 21일 사퇴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를 물러나는 것이 옳겠다고 판단을 내리고 21일 내가 물러난다고 했다. 따라서 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사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다가 독자적으로 비대위원장을 추천한 뒤 당권을 수성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非朴 "당에 남아 싸울 것'…최경환‧서청원 '최순실의 남자' 규정
새누리당 비박계가 지목한 '최순실의 남자들' (사진=자료사진)
비박계는 친박계 핵심을 '최순실 부역자'로 규정하며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전날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에게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부역자 명단 공개로 맞섰다.
비상시국회의는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친박 패권주의자), 이정현·조원진·이장우(최순실을 비호한 당 지도부), 김진태(촛불 민심 우롱) 의원 등 8명에게 "당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에게 당을 떠나라고 한 바 있다"며 이들 명단을 공개했다. 황 의원은 친박계가 비상시국회 맞대응 단체로 '혁신과 통합'을 꾸린 데 대해 "'혁신과 통합'이라는 가면을 쓴 채 당을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떠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당 대신 당내 투쟁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은 "당에 그대로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일관되게 드렸다.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며 탈당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 의원은 친박의 모임 결성에 대해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며 "민심을 거스르고 자해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