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의 종가'샤프를 품에 안은 대만 IT기업 홍하이의 파격행보가 전세계 TV와 디스플레이 시장을 뒤 흔들면서 이 두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치가 요동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LCD TV를 내놔 LCD의 종가로 불리우는 일본의 샤프가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의 홍하이 그룹에 올해 넘어가면서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최근 홍하이가 발표하는 정책들이 이런 전망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TV와 디스플레이 분야 시장조사전문업체인 IHS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 까지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리 기업들이 33.8%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그러나 점유율 30.8%로 딱 3%p 차이 까지 바싹 따라 붙었다.
삼성은 퀀텀닷 기술을 이용한 SUHD TV로 겨우겨우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고 있고 LG전자가 OLED TV로 차별화를 꿰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TV 시장 1위 자리에 오른 우리나라는 4년만에 중국에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인용해 출하량을 기준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보도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은 초고화질 TV와 대형TV 등 프리미엄 분야에서 격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런 가운데 샤프가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에 TV용 패널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전격 통보했다.
보통 2개 분기 정도의 물량을 미리 약속하는 업계 관행과 달리 내년 1분기 시작을 불과 20여일 앞둔 상식을 벗어난 조치로 삼성이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증권 이종욱 책임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샤프의 이번 돌발적인 조치는 모기업인 홍하이가 세계 TV시장에서 우리기업들과 맞대결해 보겠다는 일종의 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TV의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이면서 우리나라가 1위인 패널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역시 LCD 종가 샤프를 인수한 대만의 폭스콘 때문이다.
폭스콘은 최근 샤프의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을 세우고 이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이나 샤프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럴 경우 비교적 대형으로 분류되는 9인치 이상의 LCD를 물량기준으로 점유율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IH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물량기준 시장점유율은 35.0%로 중국의 26.4%에 비해 8.6%p 정도 많다.
금액기준으로 할 경우의 차이 27.0%p에 비해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폭스콘이 8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샤프의 기술을 활용해 중국에 최대규모 LCD 공장을지을 경우 2019년 하반기부터는 이 차이가 사라질 수 있다.
공공연히 '삼성타도'를 외쳤다는 대만 홍하이 그룹 궈타이밍 회장의 돌발투자와 돌발행동으로 TV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