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4% 잠재성장률과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불 지향’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 이른바 ‘474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공약 발표 이후 꼭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현장의 상황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474공약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4차례에 걸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14년 1월 6일, 청와대에서 이른바 474 경제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 4만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고용률 70% 달성에 청년, 여성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밝힌지 이제 3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박 대통령이 말한 '3년 후 우리경제의 모습'은 그러나 그가 장담한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 474는 어디에? 현장의 탄식개성공단에 있던 정지태 사장의 시계 공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 함께 일하던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통일은 대박', '잠재성장률 4% 달성'을 부르짖었던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 사장은 "안보다, 뭐다 해서 개성공단을 중단했는데, 이제 보니 최순실에 빠져 폐쇄한 것 아닌가 싶어 너무 억울하다"며 "대선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더니 거꾸로 망쳐놓고 지금도 시간만 끌고 있으니 도저히 나라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 실업급여 창구 앞에서는 '고용률 70% 구호'가 한없이 무색해졌다. 그곳을 찾은 이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 마음의 여유조차 메말라버린 듯 했다. 취업자는 늘었지만 좋은 직장은 더 구하기 힘들다.
문닫은 공장에는 직원들도 모두 흩어지고 정지태 사장만 남았다. (사진=김민재 기자)
그곳에서 만난 한 30대 실업자는 "문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돈은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일은 밤새도록 시키는 직장이 대부분이어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474공약 발표 이듬해인 2015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년전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가계 실질소득도 전년동기대비로 최근까지 5분기 연속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주부 박경옥(66)씨는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겠다'던 포부는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박 씨는 "국민들 1인당 소득을 올려주려고 노력했다면 얼마나 바빴겠느냐"며 "관저에 처박혀서 서면보고나 받고 옷타령, 가방타령 하고 그럴 시간이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 엇박자 경제정책, 제대로 한 것도 없다현장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474는 단 한가지도 성취되지 못한 채 완벽히 실패한 공약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 또한 474 공약을 포함한 지난 4년의 경제정책은 일관된 철학을 갖지 못한 엇박자였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고는 1년 뒤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발표하고 또 6개월 지나서 최경환이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다"며 "정책발표는 많았지만 제대로 한 것도 없고, 그나마 수행한 것도 발표와 반대로 갔다"고 혹평했다.
국민대 조원희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결국 손쉬운 부채 주도 성장에 의존한 것"이라며 "가장 나쁜 것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는 실제로는 재벌과 정경유착을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였는데 재벌이라는 강자와 짬짜미하며 약탈적 행위를 국가가 조장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재벌과의 정경유착, 그리고 부채에 의존한 성장구조 등은 앞으로 차기 정부에 큰 짐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 최악은 초이노믹스, 경제 살리기 더 힘들어졌다서울대 이필상 교수는 "박근혜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최악은 최경환의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돈풀어 부동산 띄워서 거품경제를 만들고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만들어냈다"며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문제를 심화시키고 경제는 더욱 살리기 힘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뜬금 없었던 474공약은 제대로 실행도 되지 못한 채 최경환의 돈풀기로 대체됐고, 돈풀기 정책은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 경로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가계부채는 1300조원으로 불어났고, 저금리 속에 전세난은 가중됐다. 그 와중에 땅부자, 집부자들만 돈을 벌었다.
그나마 꾸준하게 이어진 것은 재벌 대기업들을 위한 정책들 뿐이었다. 이들이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이른바 비선실세들은 막대한 부와 편의를 챙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며 당선된 대통령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에따라 차기 정부는 서민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서민의 실질소득을 증대시켜주면서 성장 동력을 이끌어내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재벌에 집중된 것은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끌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차기 정부는 정권 초기에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경기하락을 막으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경기 대응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