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살처분되는 닭과 오리가 2000만 마리를 넘어서며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 닭도 벌써 1500만 마리가 살처분 돼, 전체 사육 마릿수의 21%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계란 소비자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일부 할인매장에서는 제한 판매에 들어가는 등 계란파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계란값이 오르는 것은 산지 공급물량 감소 탓도 있지만 중간 유통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엄청난 잇속을 챙기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계란 유통구조 개선에 뒷짐만 쥐고 수수방관했던 정부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 계란 파동…중간 유통상인 폭리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계란 공급물량은 AI 발생 이전에 하루 4200만개에서 지난 19일에는 3300만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계란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산지 계란가격은 특란 10개를 기준으로 AI 발생 첫날인 지난달 16일 1245원에서 지난 9일에는 1367원으로 9.8% 올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계란 소비자가격은 1893원에서 1942원으로 2.6%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산지가격에 비해 소비자가격 인상폭이 적었던 것은 AI 발생 직후에 대형 할인매장 등이 계란소비 촉진을 위해 할인행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9일 이후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인상폭이 완전히 역전됐다.
지난 19일 기준 산지 계란가격은 특란 10개에 1473원으로 9일 1367원과 비교해 7.7% 오른 반면, 소비자가격은 2202원으로 1942원에 비해 무려 13.4%나 폭등했다.
이는 계란 유통 과정에서 중간수집상과 할인매장 등이 그만큼 폭리를 취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AI 발생 첫날인 지난달 16일의 경우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가 648원이었으나 지난 19일에는 729원으로 늘어났다. 계란 10개당 중간 유통상인들이 81원씩 더 많이 챙긴 것이다.
◇ 계란유통시장, 매점매석 구조 고착화…정부는 수수방관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우리나라 계란 유통시장은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을 생산하면 전국 2400여개 수집판매상들이 매입해 대형매장과 백화점, 재래시장, 음식점 등에 공급하는 구조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65%가 이들 수집판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나머지 35%는 지역농협과 양계협회, 생산자단체 등이 운영하는 전국 50여개 계란유통센터(GP)를 통해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산란계 농장은 매일 생산되는 계란을 창고에 쌓아 놓을 수 없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집판매상이 부르는 값에 넘기게 된다.
이처럼 갑을 관계가 분명하다 보니, 계란유통시장의 큰 손인 수집판매상들은 산란계 농장에서 매입한 계란을 창고에 쌓아놓고 얼마든지 방출물량을 조절하며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을 흔들 수 있다. 이른바 매점매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계란값이 오르고 있지만 정작 생산자 농민들은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게 없고 중간 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간 상인들이 계란을 하루만 풀지 않으면 가격이 한판(30개)에 50원 이상 오르는데 과연 제대로 공급하겠냐"며 "계란파동의 가장 큰 주범은 중간유통상인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동안 산란계 농장과 협회가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수없이 건의했지만 진행된 게 없다"며 "이번 AI 사태뿐만 아니라 계란파동이 난 것은 정부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계란유통센터 융자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올해 이 사업에 86억원이 편성됐지만 지원신청은 단 한 건도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융자 금리가 2~3%로 높은데다, 담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세한 산란계 농가나 단체들이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