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차바' 당시 태화강 범람, 주택가 침수피해 '진실 게임'

사건/사고

    '차바' 당시 태화강 범람, 주택가 침수피해 '진실 게임'

    울산 중구청 "지침서 해발 수위대로 대응"…남들과 다른 표기 이해, 직원들만 공유(?)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지난해 10월 5일 오전, 태화강 인근에 위치한 중구 옥성육갑문(나들문)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장면.(사진 = 독자 제공)

     

    태풍 '차바' 당시 울산 태화강이 범람하는 것을 차단하는 육갑문을, 중구청이 제때 닫지 않아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재난상황별 행동지침서대로 대응했다는 중구청의 주장과 달리 지침서 내용을 왜곡하고 억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지난해 10월 5일 오전.

    시간당 120 mm의 폭우로, 태화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갔다.

    강물 범람으로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중구청 안전총괄과 담당자가 태화강과 주택가 사이를 차단하는 옥성육갑문(나들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오전 11시 37분.

    11시 30분 태화강의 해발 수위는 2.21 ELm, 11시 40분에는 2.65 ELm 였다.

    중구청은 당시 오전 11시 37분 부터 문을 닫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중구청이 자체 발행한 지침서 '2016 자연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적힌대로 태화강 수위 기준에 따라 육갑문을 닫았다는 거다.

    문제는 낮 12시 10분이 지나서도 철재로 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는 것.

    완전히 닫힐 때까지 30분이면 충분한데 그렇지 못했다.

    육갑문 사이로 쏟아져 나온 강물이 주택가로 들어갔다.

    급기야 중장비까지 동원, 오후 1시가 넘어서 겨우 육갑문을 완전히 닫을 수 있었다.

    그사이 옥성육갑문 주변 학산동과 학성동 주민들은 이미 침수피해를 본 상황 이었다.

    중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재난상황별 행동지침서에 적힌대로 적정한 시간에 육갑문을 닫기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육갑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며 천재지변 탓으로 돌렸다.

    울산 중구청이 자체 제작한 '2016 자연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태화강 수위가 2.3m 때 육갑문(나들문)을 닫도록 되어 있고 2.6m에는 태화강 둔치 주차장이 침수한다고 돼 있다.(자료 = 천병태 중구의원 제공)

     

    이처럼 지침서대로 했다는 주장과 달리 중구청이 지침서를 왜곡하고 억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침수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 근거 역시, 재난상황별 행동지침서.

    지침서 64쪽을 보면, 태화강 수위변화에 따른 성남 · 옥성육갑문(나들문) 행동계획이 나와 있다.

    즉, 수위 0.0m는 평상시(나들문 개방), 2.3m은 나들문 닫음(30분 이내 완료), 2.6m는 태화강 둔치고(주차장 침수)로 적혀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위 표기.

    중구청이 주장한대로 해발 수위라면 'm' 앞에 해발 고도를 뜻하는 Elevation Level의 약자인 'EL' 이 붙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강 관측소에서 측정한 수위는 'm', 인천 앞바다의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한 해발 수위는 'ELm' 으로 표시한다.

    다수의 자연재난 전문가들은 "재난 관련 논문이나 매뉴얼의 경우, 단위는 약속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정확히 구분해서 써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낙동강 홍수 통제소가 각 지자체에 제공하는 자료만 봐도 그렇다.

    강 주변 관측소의 수위표 기준으로 측정한 것은 'm'로, 해발 수위는 'ELm'로 각각 구분해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구청이 육갑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오전 11시 37분을, 해발 수위가 아닌 강 수위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태화강 관측소가 위치한 태화교에서 측정한 오전 11시 30분 강 수위는 3.29 m.

    육갑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11시 37분 보다 7분 전에 태화강 수위가 이미 3 m를 넘어섰다.

    결국, 문을 닫아야하는 수위 기준 2.3m를 훨씬 넘겼기 때문에 중구청이 늑장대응 한 것과 다름 없다.

    때문에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침서에 적힌 수위 기준을 임의로 왜곡했다', '책임회피를 위해 중구청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중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매뉴얼 작성할 때부터 해발 수위로 간주하고 'm'로 표기 했고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알고 재난상황에 대처해 오고 있다"며 "해발 수위를 뜻한 'ELm'은 통상적으로 쓰는 공식 단위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