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경제 일반

    추락하는 위안화…트럼프의 '역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중국과 무역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의 무역흑자를 남기고 있는 것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는 환율조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 커지는 위안화 절하 압력

    장기간 달러당 6위안 초반을 유지하던 위안화 환율은 지난 2015년 8월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큰 폭 상승했다. 지난해 들어서도 상승 추세는 이어졌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상승폭이 더욱 커지면서 지금은 7위안 대를 넘보고 있다. 9일 위안화 기준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87% 오른 달러당 6.9262위안이다.

    처음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중 무역 공세가 강화될 것을 예상한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절하 속도가 자본 유출을 초래할 만큼 급격하지만 않다면 중국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논리도 근거가 약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위안화 절하속도는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인다. 너무 가파른 절하속도에 문제를 감지한 중국당국이 제동을 걸고 있지만 좀처럼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도 급격히 감소화면서 일부에서는 대규모 자본 이탈을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환차손을 우려해 증시 등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1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차이나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  

    ◇ 절하 배경

    위안화 가치 절하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규모의 외국인 투자가 유입됐지만 지난해에는 처음으로부터 중국에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다. 중국 투자 유인이 약해지면서 외국인 투자는 감소한 반면 중국정부가 유망 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장려하면서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고, 트럼프 당선자가 밝힌 1조 달러의 확장재정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위안화 급락에 가속을 붙였다.

    여기에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중국인과 외국인이 달러 가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위안화 가치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졌다.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미중 간 금리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까지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면 자본유출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 점을 우려해 달러를 팔아 위안화를 매입하며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약세 기대감을 꺾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외환보유액 급감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시장에 대량 매도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12월 외환보유액은 3조110억 달러다. 한 달 전보다 410억800만 달러 감소하며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가 추정한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상단인 3조500억 달러 아래로 이미 떨어졌다. IMF가 제시한 중국의 적정외환보유액은 당국의 자본통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정도에 따라 최소 1조8천400억에서 최대 3조500억 달러다.

    현재의 추세라면 심리적 마지노선이랄 수 있는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투자와 인수합병 조건을 강화했고, 올 들어서는 개인의 외화 매입과 송금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시장통제가 한계를 보이며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위안화 기준 환율을 크게 낮췄다. 특히 6일에는 환율을 0.92%나 을낮췄다. 지난 2005년 7월 이후 1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위안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으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위안화를 절상 시키려는 노력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게 외환관계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6일 시장에서는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거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트럼프에겐 부메랑

    당분간 중국은 외환시장 개입과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위안화 방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매년 5천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흑자를 내고 있고, 1천20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1년 간 큰 폭으로 줄긴했지만 중국의 달러 보유액은 여전히 전 세계 보유액의 30%에 이른다.

    그만큼 달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고, 또 당국이 시장통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이 시장 통제를 강화할수록 그동안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위안화의 국제화에 역행하게 된다는 점은 부담이 된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 압력은 미국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중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미국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중국이 전략적으로 환율을 낮춰 막대한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봐왔고, 이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큰 폭의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트럼프가 대규모 재정투입과 보호무역 강화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고 했지만 강달러, 약 위안을 더욱 조장해 결과적으로 미국경제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본유출과 이에 ㄸ른 위안화 절하가 단기간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스탠다드앤푸어스사(S&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자본유출은 달러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이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등 중국에 내재된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더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본 유출은 인민은행의 통제력 안에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다만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계.기업부채 문제가 현실화 될 경우 은행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