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특검이 소환 통보했던 시간 직전인 오전 9시29분쯤 특검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씨 지원을 직접 지시했냐", "지원금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대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특검 사무실로 올라갔다.
◇ 9년 만에 피의자로 특검 앞에 선 이재용…'이번엔 녹록치 않다'
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 2015년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시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고, 이 부회장은 그 대가로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최씨 일가에 거액의 지원금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8년 삼성비자금 사건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전무였던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부당 승계와 관련해서 적용됐던 4건의 고소·고발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온 특검이 뇌물죄 의혹의 핵심인 이 부회장을 쉽사리 놔줄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비선 실세' 최 씨의 존재를 언제 알게 됐는지, 그룹의 최 씨 일가 지원 결정에 관여했는지 등이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박 대통령-삼성-최순실 측으로 이어지는 '삼자간 거래'를 눈여겨보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왔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측을 지원했다면 제3자 뇌물죄를,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삼성의 최씨 지원이 대가성이 없다하더라도 뇌물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보다 촘촘하게 포위망을 구축해 이 부회장뿐 아니라 박 대통령도 옥죄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 장시호 제출 태블릿, 이재용 잡을 '스모킹 건' 되나
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특검은 출범 이후 줄곧 박 대통령과 삼성간의 '검은 거래'에 집중해 온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제출한 태블릿 PC를 확보하면서, 삼성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소유로 알려진 이 태블릿에는 삼성이 최 씨와 딸 정유라 씨에게 78억여 원의 자금을 지원한 경로와 용처가 소상히 담겨 있었다.
특검 입장에서는 '스모킹건(사건 해결을 위한 결정적 증거)'을 확보한 셈이고, 이 부회장은 최악의 악재와 맞닥뜨렸다고 볼 수 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태블릿에 확보한 이메일에는) 최씨의 독일 법인인 코레스포츠 설립 과정과 삼성이 보낸 지원금이 코레스포츠로 빠져나가 사용된 내역, 또 부동산 매입과 그 과정의 세금 처리 부분까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삼성 관계자는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최씨와 딸 정씨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였다.
◇ "최순실 모른다"던 이재용, 위증 혐의도 수사대상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증언들의 위증 혐의도 수사 대상에 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우리는 대가를 바라고 출연이나 지원을 한 적은 없다"면서 "최 씨의 존재에 대해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오래되지 않았다. 합병은 경영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 검찰에서는 "최지성 부회장 등이 처리한 일이라 나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