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내 정식 출시된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 마켓에서 인기차트 1~2위에 오르는 등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포켓몬고에 적용된 지도 데이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나이언틱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Pokemon GO)'를 한국에 정식 출시 됐다고 밝혔다. 데니스 황 아트 총괄이사(왼쪽)와 포켓몬 코리아 임재범 대표가 포켓몬고 출시와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일본 포켓몬 컴퍼니의 포켓몬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구글맵과 위치기반(LBS),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게임으로 사용자가 가상으로 표현되는 지도상의 위치를 이동하며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고 진화시켜 체육관 전투를 치르며 사용자간 대결을 펼치는 방식의 모바일게임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사인 나이언틱이 국내 포켓몬고를 출시하며 구글맵이 아닌 비영리단체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의 시민 참여 제작 방식의 '오픈스트리트맵'을 사용하면서 청와대와 국정원, 군사시설 등 국내 보안 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 포켓몬고에 청와대가 나온다?…국토지리원 "법적 제재 근거 없어"구글이 지난해 5000:1 축적의 고정밀 한국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가 국내 보안시설 표기 문제로 최종 불가처리돼 국내에 서비스하는 구글맵은 여전히 국내 업체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구글맵이 아니다.
지난해 3월 2일부터 우리나라 기업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100미터 단위의 등고선 및 좌표가 표시돼 있는 5000:1 수치지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이를 활용하고 있다.
26일 국내 한 매체는 '포켓몬고에서 청와대 영빈관까지 보인다'며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제35조를 들어 국내 보안시설이 노출을 나이언틱이 직접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결론적으로 오픈스트리트맵은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제35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법규정은 '공개가 제한되는 공간정보에 대한 부당한 접근과 이용 또는 공간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보안관리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정하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가 제작하는 공간정보를 사용할 때 얘기다.
오픈스트리트맵은 2005년 영국에서 출범한 비영리단체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의 오픈 소스 지도 서비스다. 위키와 같이 집단지성이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한 매핑 작업이 이루어져 상당히 정밀한 지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학은 '구글 스트리트뷰'와 '오픈스트리트맵'을 활용해 자율주행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국토지리원 관계자는 "상근 인력도 없는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오픈스트리트맵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지도 시스템으로 현재 이를 제재하거나 계도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 오픈스트리트맵 규제 없이 활용 가능…데니스 황 "포켓몬고 위치 추적 안 한다"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서비스에서 국내 보안 시설이 블러 처리되거나 일부 위치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이같은 국가공간정보를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공받으면서 관련 법의 저촉을 받기 때문이다.
오픈스트리트맵은 우리 정부나 국제기구의 인증을 받은 지도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법리적인 다툼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국토지리원 측의 해석이다. 오픈스트리트맵에 노출된 청와대 경내와 경호실이나 영빈관, 관저 등의 위치도 개인이 참여해 만드는 방식이어서 이 또한 제재할 방법은 없다.
고산자 김정호가 그랬듯이 국익을 해칠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위키 사전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지식정보를 생산하거나 수정하는 집단지성 방식이어서 법적 기준을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무의하다.
오픈스트리트맵의 청와대 위치(왼쪽)와 포켓몬고 게임상의 청와대 위치
다만, 나이언틱 데니스 황 아트 총괄이사는 출시 기자회견에서 "한국내 보안시설 등에 대해서는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 혹시나 문제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나이언틱이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위치기반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국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저장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방통위 측은 "포켓몬고 관련한 위치기반사업자 신고가 된 것이 없다"며 "나이언틱 본사에 문의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데니스 황 이사는 출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위치정보 추적에 대해 "포켓몬고에서는 개인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도 게임 플레이어에게 노출되는 자신의 아이디(닉네임)나 체육관 전투에서 아바타를 통해 제한적으로 노출이 될 뿐 지속적이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 포켓몬고 지도 데이터 부정확성 콘텐츠 부족 개발사가 해결해야다시 포켓몬고 지도 데이터 문제로 돌아와 보자.
오픈스트리트맵 한국 지도의 경우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직접 참여해 지도를 만들고 수정하는 오픈스트리트맵 특성상 한국 지도 매핑은 그나마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다소 정밀한 지도가 만들어져 있을 뿐, 수도권 밖으로 나갈수록 정확도가 감소한다. 국내 업체들이 고정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참여도가 적기 때문이다.
도로, 건물 등이 신축되거나 없어지는 등 시시각각 바뀌는 공간정보 때문에 오픈스트리트맵 한국 지도에는 주로 관공서와 주요 건물만 표시되는 등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다음지도처럼 동네 도로명주소(번지수)까지 확인할 수 있는 주택가 등은 대지와 도로만 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이때문에 포켓몬고의 위치기반 데이터가 부정확한 측면이 커 서울 강남을 비롯한 핫플레이스에서는 포켓몬고 활성화가 뛰어난 반면,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구글맵 없어도 되는데 구글이 공간정보 데이터 해외 반출을 무리하게 요구해 지도문제만 부각시켜 포켓몬고 한국 출시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글로벌 게임에 국내 보안 시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여전히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한국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모회사인 구글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나이언틱 입장에서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사용할 수 없는 아쉬움을 오픈스트리트맵으로 대체하는 것은 지도 데이터가 다소 부정확하지만 게임을 이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게임 이용자의 원활한 사용를 위해 포켓몬고 지도 데이터를 상당부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것은 개발사의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포켓몬고는 지난해 7월 전 세계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7억8천만달러(약 87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6억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지만 연말들어 흥행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출시와 함께 각종 구설수에 오른 포켓몬고지만 이를 기점으로 반등의 기회로 삼을지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