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영태 (서울대 교수)
'제가 31세에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가 됐는데 그건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인구구조 덕분에 박사 학위를 받은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제 딸에게도 농고에 가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농부님들도 자기 자식은 농사 안 짓게 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서울대 교수가 자식에게 농고를 권한다, 이건 좀 특이하죠. 화제의 화두를 던진 인구학 권위자세요. 서울대 보건대 조영태 교수,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조영태>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교수시잖아요.
◆ 조영태> 네, 그렇죠.
◇ 김현정> 농부 출신 아니시잖아요?
◆ 조영태> 아닙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웃음)
◇ 김현정> 그렇죠. 제가 무슨 학교나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건 아닙니다마는 우리 사회 일반적인 부모님들은 그냥 자식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고 좋은 기업 취직해서 말쑥한 정장 입고 출근하기를 바라지, 그러니까 인문계고에 진학하는 거를 당연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 조영태> 그렇죠. 도시는 다 인문계니까, 그렇죠. 아니면 특목고를 가든지.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어떻게 교수님은 자식한테 농업고등학교를 가라 하셨는지?
◆ 조영태>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고요. 저도 저희 애들이 가장 쉬우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고 싶은 그냥 보통 부모이거든요. 그런데 인구학이라는 학문을 이렇게 보면 현재 인구 변동을 가지고 미래가 어떻게 바뀌겠구나라는 그 예측이 조금 가능해져요.
예를 들어, 반드시 대학을 인문계와 소위 말하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는 그런 데를 가야 되는 게 정말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냐라는 걸 저도 생각을 해 보게 됐고요.
직업이라는게 파이프 같아서 위가 빠지다 보면 밑에서 들어가고 그렇게 돼 있는데, 위가 빠져나가지 않는 직업군들이 있어요. 그게 소위 말하는 '사'자 직업들입니다, 전문직. 그게 의사, 변호사가 대표적인 건데요.
◇ 김현정> 나이가 많이 들어도 끝까지 많이들 하시니까요. 그만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말씀이에요, 쉽게 말해서.
◆ 조영태> 지금까지 그래도 한 67세, 68세 되면 이거 그만둬야지, 이러시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사회가 경제적으로 점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요. 지금 현재 의사, 변호사를 제일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에 있는 분들인데 그분들이 20년 뒤인 60대와 70대가 돼서 그만둘 거냐, 아니라는 거죠.
◇ 김현정> 아니라는 거죠, 특히 고령화사회에서요.
◆ 조영태> 그렇죠. 그렇게 되면 지금 밑에서 쫓아오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 그분들이 나가신 자리를 사실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는 거에요.
◇ 김현정> 아, 그런 원리군요, 그런 원리.
◆ 조영태> 그런데 이제 농업을 다시 돌아가 보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가 한 15%밖에 안 되고요. 그다음에 실제로 농업이라는 그걸 직업이라고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더욱더 적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연령 자체가 너무 너무 높아요, 지금 아시다시피.
◇ 김현정> 그렇죠.
◆ 조영태> 그래서 저희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 올라가는데, 얘가 한 앞으로 10년 뒤쯤이 되면 그래서 20대 초반이 딱 되면, 농촌 지역에 젊은 사람은 정말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제가 저희 딸아이한테 권하고 있는 농사라는 거는 가서 흙 파서 땅을 일궈서 하라는 것보다 이 농산업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거기에는 바이오가 들어가고 기계가 들어가고 4차 산업혁명도 제일 많이 적용이 될 수 있는 게 농업이고요, 농유통 이런 게 다 포함이 됩니다.
◇ 김현정> 농업고를 가라고 해서 꼭 농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농업고로 상징되는, 많이들 하지 않는, 모두 다 하려고 하지 않는 그 희귀한 곳을 집중해라, 이 말씀이신 거군요?
◆ 조영태> 그렇죠. 그런 경우에 가장 희소성의 가치, 남들 안 할 때 농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존경도 받을 수 있고요. 또 사람들이 먹는 먹거리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기여도 해 줄 수가 있고 그렇다면 당연히 금전적인 보상도 좇아올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뜻으로 딸아이한테 가장 쉬운 길을 찾아준 것이 그쪽으로 가서, 그러나 당연히 자기가 부단히 노력을 해야죠. 또 중간에 필요하다면 대학도 당연히 가려면 가는 거고요.
서울대 조영태 교수. (사진=세바시 출연장면 캡처)
◇ 김현정> 그렇죠. 아니,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31살에 서울대 교수 되셨어요?
◆ 조영태>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정말 빨리 되셨는데요. ‘그거는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인구 구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말씀도 그러면 비슷한 맥락입니까?
◆ 조영태> 아, 맞습니다. 여기 한국에서 사회학과를 공부를 하고 그다음 미국에 석사부터 유학을 가서 인구학으로 박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였냐면 우리나라에 인구학이라는 학문은 아예 거의 안 가르칠 때였어요. 아무도 공부를 안 하고.
◇ 김현정> 지금도 사실은 인구학이라는 게, 지금도 흔한 학문이 아니거든요.
◆ 조영태> 왜냐하면 인구학을 공부 하셨던 분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조영태> 그런데 제가 인구학을 공부를 하는데 마침 또 한국에서 저출산이 문제가 되면서 서울대학교에서 인구학 전공이 하나가 있어서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원을 하니까 저밖에 없으니까 저는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김현정> (웃음) 이런 거군요. 그러니까 지금 이게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주시는 거예요. 우리가 모두가 지금 좋다고 하는 그 길을 향해서 막 있는 돈 없는 돈 다 투자해 가면서 그렇게 갈 것이 아니라 좀 멀리 내다보면서 아이들의 진로를 생각하자, 굉장히 좋은 말씀인데요.
◆ 조영태> 그러니까 인생의 목표, 인생의 끝이 대학이 아니라는 거에요. 대학교는 인생의 끝이 아닌데 아주 많은 학부모님들은 나는 대학을 보내는 게 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생각을 하신다는 거죠.
◇ 김현정> 이런 말씀도 하셨네요. 사교육도 그렇게 너무 많이 시키지 마세요, 그러셨어요?
◆ 조영태> 이제는 (인구가 줄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너무 너무 쉬워지는 거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 그렇게 해 봤자 하나 안 하나 거의 같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교수님, 교수님 자녀 둘이시잖아요. 딸 둘. 그렇죠?
◆ 조영태> 네.
◇ 김현정> 사교육 안 시키세요?
◆ 조영태> 지금 교과목 사교육은 전혀 안 시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이 아이들한테요, 교과목은 당연히 공부는 해야 됩니다, 그런데 공부는 너 스스로도 할 수 있는 게 공부라고 말해주고요. 그 다음에 될 수 있는 대로 구글에 가서 많이 찾아보고 돌아다니라고 얘기해줍니다.
◇ 김현정> 뒤통수 한대 맞은 것 같아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고 다 가니까 달려져 가고 있는 그 길이 아니라 조금 더 먼 안목, 긴 안목으로 아이들 자녀 교육하자, 이 말씀 와닿습니다. 그건 그렇고 교수님 끝으로 이 인구 절벽, 인구가 그렇게 감소하는 걸 막아야 되잖아요, 사실은. 대비는 대비대로 하더라도.
◆ 조영태> 그렇죠. 인구는 인구만으로 보면 사실 인구 자체는 증가를 하고 있는데 태어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영태> 그런데 이게 아주 심각한 게 만약 지금처럼 똑같이 애들 맹목적으로 대학 가고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지금 저희 딸아이들, 한 40만 명 태어난 딸 아이들이 한 10년 뒤부터 아이를 낳기 시작할 텐데 그 연령대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한 해에 20만 명 나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아니, 저출산 문제 해결해 보자고 정부가 별의별 대안 다 내놓습니다마는 잘 안 돼요. 학자가 보시기에는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조금 더 근본적으로.
◆ 조영태> 제가 최근에 주장하고 있는 바는 지금 청년들한테 조금 조금씩 복지혜택을 늘려봐야 사실 효과도 거의 없고 효과가 없는 걸로 이미 입증이 됐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는 저희 지금 10대들, 저희 딸아이 세대는 그 인생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게 바로 교육입니다, 교육.
◇ 김현정> 교육, 학교요?
◆ 조영태> 네. 학교 교육입니다. 그래서 공교육이 지금까지는 정상화하자라는 얘기는 많이 했지만 그게 불가능했다면 이제부터는 그게 충분히 가능한 게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지금 중학교도 한 클래스에 20명 정도거든요. 그렇다면 교사들의 학습법, 교수법, 교육의 질, 내용 이런 것들이 다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제 된 거예요, 환경이. 그래서 그런 것부터 시작을 하고 그 다음에 대학들의 입시, 대학입시도 제도가 바뀌어야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저출산의 시작은 교육계부터 시작을 해야 된다라는 게 주장입니다.{RELNEWS:right}
◇ 김현정> 조금 더 근본적인 데부터 치유를 해보자 이 말씀. 오늘 이야기 굉장히 신선했고 도움이 됐습니다. 저도 참고해야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조영태> 네,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세요. 조영태 교수 만났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