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정치권에 떠돌던 이른바 '빅텐트론'은 신기루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반 전 총장의 존재는 귀국 이전부터 정치권에 제3지대, 혹은 빅텐트론을 키우는 주원료가 돼 왔다.
특정 정당에 연고가 없던 반 전 총장이 무당층과 중도 보수세력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빅텐트론과 제3지대도 여기에 기댄 측면이 있었다.
반 전 총장 자신도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귀국 직후 좌충우돌 행보를 겪으면서도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다.
그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제3지대에 있는 개헌론자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빅텐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 주도로 빅텐트를 치려 시동을 걸 때에는 정작 본인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보수층 후보라는 인식이 강해져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도 경계심을 보이며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반 전 총장이 중도포기하면서 설만 무성했던 '빅텐트론'은 그대로 사라질 공산이 커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원래도 정치적 실체가 없던 빅텐트론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라며 "빅텐트론은 반기문의 출마를 전제로 짜여진 시나리오였던 만큼 그의 불출마로 인해 중심축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의장 등 대선 전 개헌 추진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민주당 내 세력이 약한데다, 반 전 총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돼 빅텐트론은 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빅텐트론이나 제3지대의 축은 국민의당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학규 의장과 정운찬 전 총리의 국민의당 합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기문이 사라진 뒤에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 전 총장의 하차로 빅텐트론이 사그라드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제거된 만큼 정당 중심으로 대선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반 전 총장을 촉매제로 삼으려 했던 여러 정치적인 시도들이 좌절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정당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고 특히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박성민 대표는 "전체 구도상 안철수 전 대표가 수혜를 입을 수 있고, 민주당 주자들 가운데에는 충청권의 맹주로 안희정 지사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역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