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대외무역은 오히려 증가했고, 국내 생산과 소비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물가와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이달초 펴낸 월간 학술지 '북한경제리뷰' 1월호에서 "2016년 북한 경제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 안정'이란 단어로 집약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KDI는 △경제정책·시장 △산업 △농업·식량 △대외무역 △군수산업 등 5개 분야와 총괄 분석 등 6편의 논문을 통해 북한 경제의 현 상황을 '달러라리제이션'(dollarization)과 '이중경제'(dual economy)로 요약했다.
'달러라리제이션'은 자국 통화에 신뢰성이 없어 자산을 달러로 전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중경제'는 환율과 물가 안정에 힘입어 북한 원화 경제도 활성화되면서, 달러화 중심 경제와 교묘히 혼합된 상황을 뜻한다.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은 2013년부터 사실상 대량의 추가적 화폐발행을 중단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결과 시장환율과 물가의 안정세가 시작되면서 원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도 병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더 이상 북한 경제를 '사회주의 계획부문'과 '비공식적 시장부문'으로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북한경제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안정적이며 효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감안하면 전혀 의외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대(對)중국무역은 일년전보다 7%가량 증가했다. 북한의 수출은 6% 증가해 26억 달러를, 수입은 8.3% 늘어 32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연탄 같은 자원 수출이 무역 증가세를 이끌었다.
중공업은 물론, 경공업 등 전반적 산업 생산 역시 예년보다 활기를 띠었다는 평가다. 내수에 초점을 맞춘 생산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북한 주민들의 소비수준 역시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식량 생산 또한 일년전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KDI 이종규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은 '자강력 제일주의' 노선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올해도 대외적 성과보다 국산화를 내세우는 등 내수에 방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지난해 2~5월 '70일 전투'와 6~12월 '200일 전투'를 통해 내수에 초점을 맞춘 인위적 경기 부양에 주력했다. 대북제재에 따른 외부충격 완화를 위한 조치로, 자생적으로 발전한 비공식 시장의 성장은 그 토대가 됐다.
하지만 북한의 올해 무역은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임수호 연구위원과 최장호 부연구위원은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로 교역 환경이 급격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무연탄 수출을 750만톤으로 제한한 UN의 대북 경제제재 2321호에 따라 북한의 외화 획득은 2015년에 비해 7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북한 시장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수산업 역시 지난해엔 상당한 수준의 공장가동률을 나타냈지만, 대북 제재로 핵심 원료와 부품 수입이 어려워지면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연구원 조남훈 책임연구위원은 "지속적인 대북제재는 북한의 경제·군사 활동 위축은 물론, 결국 군수산업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라며 "최근 인민군 소속 군수공장이 일반소비재 제조나 판매에 활용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