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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고삐풀린 실손보험료, 생보사들도 올린다

    농협생명 25.1%, 동양생명 21.7% 인상, 삼성생명도 15~20% 인상 고려중

    (사진=자료사진)

     

    생명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료가 또 오른다.

    올들어 롯데손해보험이 32.8%를 올리는 등 11개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평균 19.5% 올린데 이어 생보사들도 같은 상품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손해보험협회의 실손의료보험료 인상률 공시를 보면 NH농협생명이 25.1%, 동양생명 21.7%, 미래에셋생명 18.3%, KDB생명 19.4%, 동부생명 9.2%, 현대라이프생명 6.7%로 6개 생보사가 이미 보험료를 올렸다. 교보생명은 0.1% 내렸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이달안에 15%에서 20% 정도 실손보험료 인상을 검토하는 등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나머지 7개 생보사들도 보험료를 인상할 공산이 크다.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14개 생보사들은 지난해에도 교보생명 23.1% 등 보험료를 평균 17.7% 올렸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이처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돈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수입 보험료 중 지급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이 손보사들의 경우 100%를 넘고 생보사들도 100% 안팎이어서 대개 적자를 보는 구조다.

    보험업계는 이런 적자 구조에 대해 병원에서 처리되는 비용 중 의료보험으로 충당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가 남발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치거나 병이 나서 병원을 찾으면 병원측에선 우선 "실손 보험에 가입했느냐"를 묻고 가입했다면 "어차피 본인 부담이 아니고 보험에서 비용이 지급되니 이번 기회에 충분히 치료를 하라"며 이런 저런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의 진료를 추가한다는 것.

    서울 시내 한 병원의 거리 홍보판

     

    대표적 '비급여 항목'으로는 도수(徒手)치료와 영양제 주사가 지목된다.

    도수치료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환자의 뼈나 근육을 풀어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말하는 것으로 뼈나 근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신생아에게도 병원측이 실시해 비용을 청구한 사례가 알려지는 등 과잉 진료의 수단으로 종종 비판 받아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도 맞았다는 ‘태반 주사’, ‘백옥 주사’ 등 피로회복과 피부 미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끄는 영양제 주사들도 비싼 값으로 처방되지만 비급여 항목이어서 실손보험료 지급액을 늘리는 주범이라고 보험업계에선 지적한다.

    보험업계에선 따라서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고 통계치를 투명하게 공개해 과잉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급여 항목의 비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이를 중심으로 한 과잉진료가 어디서 얼마나 벌어지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비급여 항목 진료를 코드로 표준화하고 수가기준도 만드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실손보험료는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에선 포괄적 보장을 하는 상품을 판 보험사들이 애초에 문제라고 맞선다. 또 새로운 의료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병원마다 다른 진료방식을 취하는 현실에서 특정 항목의 진료 수가를 정해두면 환자의 자율적 선택이 어려워지고 병원 운영이 힘들어진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실손보험료만 인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자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말 보험료가 최고 25%싼 기본형 실손보험을 올해 4월부터 판매하도록 대책을 내놨다.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은 포괄적으로 모든 진료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것에서 탈피해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성되는 구조다. 기본형외에 도수치료나 영양제 주사를 선택하려면 별도의 특약을 함께 들어야 한다.

    기본형만 들면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최대 26.4%까지 낮아질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자기공명영상 검사(MRI)을 각각 보장하는 세 가지의 특약에 모두 가입하면 40세 남성 기준으로 6.8% 보험료가 낮아진다고 금융위는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입장에서 실손보험료 부담을 낮추려면 4월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

    보험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 홈페이지

     

    보험상품 교체는 같은 보험사 상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은 기존 가입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에 자세하게 문의하고, 보험상품 비교 사이트인 보험다모아(http:www.e-insmarket.or.kr)를 이용해 꼼꼼하게 따져 본 뒤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책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단기적 처방일 뿐 근본 대책이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비급여 항목 진료비 상승 → 보험사 손해율 상승 → 보험료 상승'의 악순환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서로 네 탓을 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도 이를 반영해 부처간에 실손보험 문제의 근본 해법을 두고 입장 차이를 나타내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업계 관계자 등으로 현재 TFT가 구성돼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진전이 더딘데다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실손보험료가 지출되는 구조, 즉 병원의 과잉 진료비 청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면서 실손보험 문제는 중장기 과제가 아니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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