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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남자문제의 시대: 젠더와 교육의 정치학>

    <노인지옥: 세상 밖으로 쫓겨나는 노인들의 절규> 등 신간 2권

     

    남자문제의 원인을 찾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문제를 부진한 남자 개인에게서 찾는 관점과, 가해자인 ‘여자’를 상정하는 관점이다. 전자의 관점으로 보면 남자는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가 되고, 후자의 관점으로 보면 남자는 여성이 우대받는 불리한 입장 탓에 패배한 ‘피해자’가 된다. 남자문제는, 과연 남자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여성 우대와 ‘페미니즘’ 때문에 남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에 생기는 문제일까?

    <남자문제의 시대="">에서 저자는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성지배체제가 재편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총체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위는 유지되면서, 그러한 남성지배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남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첫 3장은 남성성의 사회이론을, 나머지 4장은 남자문제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젠더 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젠더와 교육이라는 날실과 씨실로 남자문제의 실체를 직조해나간다. 교육현장에서의 젠더문제에서 저자는 원칙상의 ‘남녀평등’이 제도나 법의 형태로,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중시하는 가치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든 남자든, 한쪽이 차별당하는 교육방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평등’이라는 가치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개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는 일본의 ‘남녀평등교육’ 연구실천 학교로 지정된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결국 모두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현장, 더 나아가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젠더 관점을 교육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지 ‘똑똑한 여자’와 ‘덜떨어진 남자’의 문제로 대비해서도, 불리한 한쪽 성(性)에 어떤 혜택이나 보상을 하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교육에서의 젠더문제에 대처하려면 여성성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남성성(그리고 그 외의 성)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그렇다면, 지금은 명백히 여성이 불리한 상황인데, 남성성이나 남자의 현실, 남자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여성보다 남성에 초점을 맞춰 남성 특유의 문제를 강조하는 ‘남자 연구’는 자칫 한 걸음만 떨어지면, 여자가 직면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떼어내어 마치 일반적으로 남자가 더 곤란을 겪고 있다는 듯한 오해를 줄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남녀의 평균적인 차이와 여자문제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젠더현상을 더 현실감 있게 파악하는 데 자연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남자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를 통해 얻은 지식내용을 종래의 페미니즘 · 젠더 연구의 지적 유산과 결합시켜가는 것이 교육에서의 젠더문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해결로 연결되지 않을까.” (『남자문제의 시대』, 225쪽)

    다가 후토시 지음 | 책사소 옮김 | 들녘 | 256쪽 | 14,000원

     

    <노인지옥>은 아사히 신문이 14개월간 기획 연재한 <보답받지 못하는="" 나라="">를 보완, 가필해 출간된 책으로 ‘노인지옥’을 향해 가는 노인대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제껏 비참한 노후 사례 고발에 집중돼왔던 관심에서 나아가 이를 둘러싼 사회보장제도의 면면과 실제 집행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이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깨닫게 만든다.

    우선 고령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특별양호 노인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그 대상인데, 법인은 운영 수익이 아닌 사회 공헌이 전제되기에 법인세와 고정자산세가 면제되고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받는다. 그런데 이 법인들이 노인을 돈벌이로 이용한 정황들을 보자면, 이미 물리도록 듣고 보아온 각종 비리 현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사장을 중심으로 가족 기업이 등장하고 자회사에 납품을 몰아주고 대금 청구를 부풀리는가 하면, 정치권과 결탁해 이사장직과 법인의 매관매직을 성사시키는 수법 등은 너무도 익숙한 비리 현장이다. 이렇게 한쪽에서 부당 이익을 축적하는 동안 고령자들은 그만큼 빨리 하류 노인이 되어간다. 취재팀이 추적한 현장의 추악함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고, 문제가 된 지자체의 사회복지법인 제도개혁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또한 저자들은 의료와 연금제도도 들여다본다. 고도 성장기에 정착된 의료와 연금제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기능해왔지만 기나긴 불황기를 지나온 지금은 그것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실직과 이직, 구조조정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중장년이 속출하는데 재정난에 허덕이는 정부와 지자체는 보험료 징수에 악착스럽다. 급기야 국가건강보험은 보험료를 체납한 이들의 재산을 차압하거나 급여에서 강제징수하기에 이르렀다.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갖은 압박과 조치는 누구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생활보호 수급액과 생명보험료마저 차압 대상이 되었고 13일짜리 단기건강보험증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강제징수 현장에서 무기력한 소시민의 노후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취재팀은 현재 일본의 의료ㆍ연금제도는 붕괴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연금과 보험, 돌봄 서비스와 사회 시스템 등은 과연 고령자들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을까. 그 불안한 안전망의 안과 밖은 어떤 세상인가. 지자체와 정부에 요구하고 따져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웃 나라의 불행하고 불편한 현실을 굳이 좇아가며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 책이 보여준 안타까운 현장이 혹시라도 우리 주변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면, 개인의 불행으로 방관하지 않고 공동체적 시각으로 지혜와 노력을 쏟기 위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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