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복잡미묘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곳은 바로 국민의당이다.
친문 패권주의를 반대했던 세력들이 나와 만든 정당인만큼 안희정 돌풍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그에 가려 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좀처럼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안 지사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본선에서 이길 만큼은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지원 당 대표는 안 지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재인 산성을 넘기는 어렵다"고 여러차례 말했고, 안철수 전 대표도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에 가깝게 예측했다.
하지만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 지지를 일부 흡수하면서 당과 후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있는 점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실제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내세웠던 '경제는 진보-안보는 보수'를 비롯한 각종 정책의 이념적 지향점들이 안희정 지사와 상당부분 겹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안 지사가 50대 젊은 후보이고, 외연확장을 위해서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만일에 안 지사가 민주당의 후보가 된다면 당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통합 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여론조사상에서 미비한 것도 당 입장에선 불안한 부분이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 주간동향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6% 포인트 상승한 43.8%의 역대치를 기록했고, 2위는 14.5%의 지지율을 얻은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1.6%로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랜기간 공을 들여왔던 손 의장의 통합 효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유권자 251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에 비해 지지율과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결정 이후로 반등의 기회가 올 것으로 나름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아직 탄핵 판결 이전이라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촛불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고,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지지가 몰리고 있다"면서 "탄핵 판결이 나고 민주당 경선이 정리되면 국민들이 '보다 나은 정권교체'에 대해 판단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관계자도 "헌재의 판결과 민주당의 경선, 범여권 후보들의 궤멸 등으로 대선판이 앞으로도 엄청나게 요동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차분히 정책을 내놓으며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본선에서 올 기회를 잡기 위해 '집토끼'를 단속하며 몸풀기에 들어갔다. 오는 13일 전북 전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국을 순회하며 바닥 민심을 다질 예정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각종 행사를 한데 이어 3박4일간 호남과 충청권을 휩쓸며 광폭 행보에 나선다. 특히 오는 15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의 새로운 안보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손학규 의장은 서울로 상경해 권노갑 상임고문을 만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는 17일에 이찬열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에 공식 입당해 본격적인 경선 채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