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자료사진
기존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과 새 당사를 마련한 더불어민주당이 서로의 '새 옷'에 흠집을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은 민주당 당사를 "호화 당사"라며 딴지를 걸었고, 민주당은 "국정농단 세력이 당명에 '한국'을 쓸 자격이 있느냐"고 비아냥댔다.
14일 당명 변경 후 처음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새 당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농단에 책임을 지고 반납했던 국회 배지를 다시 차고 회의에 참석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22년만에 마련한 민주당의 10층짜리 당사를 언급하며 "집권 자신감이 넘쳐서 200억원 빌딩을 통째로 매입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집권을 손에 잡은 양, 의회 권력을 잡았다고 안하무인의 권세와 자신감이 도를 넘고 있다"며 "축포를 쏘아올리는 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2년 불법대선자금 113억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이를 갚았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호화 당사를 매입할 돈으로 불법 대선 자금을 먼저 갚으라"고 비판했다.
토지 165억, 건물 78억원, 예금 155억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5년 자료)을 소유한 '부자' 한국당에게 입주 축하 대신 '호화 당사' 쓴소리만 들은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당명을 걸고 넘어졌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자료사진
우상호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한국당이라는 약칭을 쓴다는데, 자유당은 당이 추진하는 가치라 문제가 없지만 국호를 당명에 쓰는 건 옳지 못하다"며 "아메리카당이 있냐, 영국당이 있냐"고 비난했다.
그는 "외국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겠냐"며 "신한국당은 '신'자라도 붙여 피해갔는데 한국당 약칭은 못 쓰겠다"고 당명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 일부가 참여하는 탄핵반대집회가 '태극기 집회'란 이름으로 태극기를 '독점'한 것도 모자라, 아예 나라 이름까지 독차지하려는 심사로 비춰진 셈이다.
추미애 대표 역시 최근 "당명을 바꾸고 로고를 바꾸더라도 더 이상 그 어떤 국민도 관심과 기대를 갖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요구가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비리종합세트 1호 당원'인 박 대통령에게 출당을 구걸하냐"며 비꼰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도 한국당의 당명 개정에 대해 "흉측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똑같은 짓", "죽은 시신에 화장한다고 다시 살아날 리 없다" 등 강도높은 비판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각 당이 정한 약칭은 당 내부에서 이미 정한대로 인정해주는 관례가 있다"며 "야당이 이제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다"고 다시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