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제공서울 대단지 신축급 아파트 주민 A씨는 자녀 학업 문제로 이사를 결심하고 살던 집을 빨리 팔기 위해 같은 단지 동일평형의 다른 집보다 가격을 3천만 원 낮춰 '급매'로 집을 내놨다가 입주민이 모인 SNS(소셜미디어) 오픈채팅방에서 입주자대표에게 공개저격을 당했다. A씨 집을 인터넷 부동산 매물로 올린 중개사 B씨도 주민들로부터 집단 항의를 받고 게시물을 내려야 했다.
공인중개사법 33조 9호 2항은 누구든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집값 담합' 등을 금지행위로 규정하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토교통부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지난 8월 13일~9월 27일 7주간 실시한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중간결과 이 같은 내용의 397건의 위법 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아파트 거래 중 편법증여 등 가능성이 있는 직거래를 기획조사한 결과 편법증여, 대출자금 유용 등 위법이 의심되는 160건의 거래(위법의심 행위 209건)도 적발, 국세청과 금융위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도 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8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조치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아파트 단지에 대해 1차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올해 상반기 이뤄진 수도권 주택 거래 중 이상거래를 대상으로 정밀 기획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편법증여, 대출자금 유용, 계약일 거짓신고 등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는 총 498건 적발됐으며, 이 중 중복을 제외한 사례는 397건으로 집계됐다. 중복은 하나의 위법 의심 거래가 다수의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의미한다.
국토교통부 제공집값 담합 외에 대출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수십여 건에 달했다. 매수인 C·D는 주택담보대출 목적으로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감정평가(평가금액 22억 원)를 받은 뒤, 해당 아파트의 LTV 한도(규제지역 50%)가 11억 원이라 선순위 임차보증금(8억 5천만 원)이 있으면 주담대(5억 원)가 불가할 것을 우려, 대출 전부터 아파트에 거주 중인 임차인(매수인의 부친)을 주소지에서 전출시킨 후 대출을 받고 다시 전입하게 했다가 적발됐다.
규제지역 주택 구입이나 비규제지역 6억 원 이상 주택 구입 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허위 작성하려다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었다. 매수인 E씨는 서울 비규제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 21억 5천만 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액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거래 조사 과정에서 실제 자금조달 증빙을 위한 소명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아 거래신고법 위반과 탈세의심으로 지자체 및 국세청 통보 대상이 됐다.
공인중개사의 규정 위반도 적발됐다. 공인중개사 F씨는 서울 소재 아파트를 인터넷 부동산에 표시·광고 매물 등록한 후에 계약이 체결되면 일단 광고를 삭제한 뒤 당일 다시 등록하기를 총 7차례 반복했는데, 이는 중개대상물의 거래계약이 체결되거나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지체없이 표시·광고를 삭제해야 하는 공인중개사법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밖에 중개수수료를 초과 수수한 사례도 2건 적발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272건, 경기 112건, 인천 13건 등의 분포를 보였다.
특히 서울 지역 강남3구에서만 136건이 집중 적발다. 전체 사례 3건 중 1건, 서울 사례 2건 중 1건이 강남3구에서 절발된 셈이다. 이 밖에 용산 23건, 성동 20건, 마포 18건, 영등포 12건, 광진구 11건 등 순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성남 분당구가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남시 14건, 용인 수지구 7건, 광명시 5건 등 순이다. 인천은 연수구 6건, 서구 4건 등 순으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적발한 위법 의심거래에 대해 경찰청 수사의뢰나 관할 지자체 추가 조사 요청, 국세청 통보 등을 통해 엄중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증가하는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로 인한 피해 예방과 외국인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연말까지 기획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 18만 7천여 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미등기 거래는 총 518건(0.28%)으로 2022년 하반기보다 약 56% 감소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국토부는 2023년 1월 이후 거래분에 대해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등기여부를 공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거래신고 건에 대해서도 미등기 조사를 지속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신고가로 거래 신고하고 장기간 경과 후 거래를 취소하는 등 집값 띄우기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잔금일 기한이 과도한 거래에 대해서도 향후 별도의 실거래가 공개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기획부동산 특별조사 및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도 연말까지 실시해 그 결과를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안정적 주택공급과 함께 부동산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불법·불공정 행위를 적발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관계부처·지자체와 함께 수도권 주택 이상거래에 대한 추가 현장점검,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거래신고 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도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