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산 합병·계열사 상장 등 로비
- 금융지주회사 전환도 로비했을 것
- 삼성, 崔 알자마자 전폭적 지원
- "이번엔 판사가 기각할 수 없는 상황"
- "재벌도 법 앞에서 예외 없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17일 (금) 오후 18:30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 정관용>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관련해서 삼성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또 우리 사회에 고발해 오신 분이죠. 경제개혁연대의 소장 맡고 계신 한성대학교 김상조 교수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던 삼성. 삼성이 그렇게 다급해져서 권력 실세한테 구체적으로 요청한 내용들이 어떤 겁니까? 하나는 국민연금이 이거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 주세요. 이거고 또 하나는?
◆ 김상조> 물산 합병과 관련된 부분이고 사실 그 내용들은 상당 부분 언론에 보도가 됐습니다.
◇ 정관용> 조금 요약해 주세요.
◆ 김상조> 첫 번째는 합병과정에서 생긴 순환출자 부분을 해소를 해야 되는데.
◇ 정관용> 1000만 주 팔아야 될 걸 500만 주 파는….
◆ 김상조> 그런데 그걸 적게 파는 그런 방법에 관한 로비도 있었고요. 또 하나는 물산의 합병의 사후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바이오 산업, 그러니까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몇 년 동안 적자를 봤던 회사를 상장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상장 규정은 그 앞에서 개정이 됐습니다마는 거기서 상장 심사를 통과하는 그 과정에 관한 작업도 있었고 이런 거랑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본질적인 거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하여튼 실무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일 수가 있겠고요.
가장 중요한 거는 지주회사 전환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지주회사를 만들고 이 2개의 지주회사를 연결하는 마지막 작업을 거쳐야 되는데 많은 분들이 이제 놓친 부분이 뭐냐 하면 가장 먼저 해야 될 것, 즉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또 상당한 정도의 로비가 있었던 겁니다.
◇ 정관용> 그건 로비만 있었고 아직 진척은 안 되고 있는 거죠?
◆ 김상조> 그러니까 이 세 가지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요. 성공한 로비도 있었고 실패한 로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이런 어떤 특검의 수사에 대해서 많이 좀 잘못 포인트를 잡은 부분이 뭐냐 하면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불법 행위를 했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느냐라는 부분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는데요.
이런 어떤 규제법은 공무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재량의 어떤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서 A라고 판단할 수도 있고 B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예컨대 순환출자를 해소할 때 1000만 주를 다 팔게 할 수 있는 거고 500만 주를 팔게 할 수도 있는데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 정관용> 둘 다 합법적인 재량권 안에 있다?
◆ 김상조> 그런데 뇌물죄의 특성이라고 하는 것, 우리나라 법원의 확고한 판례가 뭐냐 하면 공무원의 재량권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위에서의 지시에 의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가가 수수되었다라면 그게 바로 뇌물죄가 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상조> 바로 이 부분에서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물론 불법행위에 대한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 검찰이 다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불법행위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 정관용> 재량권 안이라고 하더라도.
◆ 김상조> 부당한 지시와 부당한 대가 지급이 있었다면 뇌물죄가 되는 거고 바로 1차 영장 기각 이후에 특검이 바로 이 부분에 관한 스토리와 증거들을 많이 확보했다라고 하는 것이 구속이 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안종범 수석 업무 수첩에 대통령의 지시들이 적혀 있는데 거기에 국민연금이 합병에 도와주도록 하는 내용, 그다음에 공정거래위원회 1000만 주 팔아야 되는데 500만 주 팔도록 하는 내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되도록 하는 내용. 이게 다 나옵니까?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김상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하게는 확인은 못 드리겠지만 그것에 대한 단초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부분도 언급이 되죠?
◆ 김상조> 네, 단서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단서는 있는데 그건 아직 실행에 옮겨가지는 못한 단계죠?
◆ 김상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런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그것도 진행이 됐겠겠네요?
◆ 김상조> 그렇습니다. 사실 요즘 금융위 공무원들이 많이 좀 곤란을 겪고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일을 참 잘했습니다. 그렇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아직 그러니까 이게 한 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정말 정치권이, 대통령이 제대로 된 어떤 멘데이트, 너는 뭘 해야 된다라고 하는 방향만 잘해 주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참 일을 잘할 사람들이다라는 걸 느꼈는데.
◇ 정관용> 잘못된 지침을 주니까 그걸 잘 해내는군요.
◆ 김상조> 그러니까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데서 나오는 건데요. 대통령이 올바른 어떤 지시만 내린다면 우리나라 공무원들 잘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정경유착에 의해서 잘못된 지시가 내려갔던 게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다급했던 미래전략실이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파악했을 때 그분들은 굉장히 좋았겠네요?
◆ 김상조> 그렇죠. 그러니까 이것도 포인트를 알아 두셔야 되는데 사실 이 로비의 주역은 박상진 사장이 아니라 장충기 사장입니다. 그런데 장충기 사장도 2014년 말, 2015년이 되게 된다며 이른바 나이가 육십이 넘으면서 은퇴 프로그램에 들어갈 타이밍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2014년 9월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를 하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정유라에 대한 부탁을 하거든요. 그때 이제 다른 그룹은 이런 사정을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삼성그룹만이 정유라? 최순실? 이게 누구지? 아, 이 사람들이 대통령한테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비선실세구나라고 하는 걸 삼성이 제일 먼저 유일하게 파악한 거고요.
1월 9일 오전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왼쪽),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차장(사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특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리고 그거를 로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옮기게 된 것이죠. 심지어는 최근에 보도가 날 때까지 다른 그룹들은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었습니다. 삼성만이 그걸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로비를 하게 된 것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부탁할 게 참 여러 가지인데 일일이 대통령 만나서 부탁하기도 참 안 되는데 확실한 끈을 잡은 거네요.
◆ 김상조> 그렇습니다.
◇ 정관용> 다른 데는 못 잡고 있는. 그러니까.
◆ 김상조> 그리고 그거를 평생토록 해 온 로비 전문가가 있지 않습니까, 장충기 사장.
◇ 정관용> 그러니까 아주 전폭적으로 지원을 한 거네요.
◆ 김상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사정, 전무가 독일까지 가서 말 한두 마리 사주는 것, 이것까지 진두지휘할 정도로.
◆ 김상조> 바로 그 부분이 1차 영장이 기각되는 약한 고리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던 건데요. 사실 엘리엇의 등장은 2015년 6월이거든요. 그런데 삼성그룹이 최순실의 존재를 파악하고 로비를 시작한 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된 건 그 전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인과관계가 잘 연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영장 기각 이후에는 로비의 목적을 좀 더 포괄적으로 찾고 그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이제는 영장판사가 기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죠.
◇ 정관용> 기승전결 가운데 기까지밖에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승과 전을 한꺼번에 다 해결해 보려고 다급하게 로비를 했다? 그리고 상당 부분은 실행이 됐고 실행되지 못한 것도 있었다.
◆ 김상조> 그렇지만 그것도 포기하는 건 아니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데 어쨌든 이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아마 승전까지는 완결됐을지도 모른다. 그거를 막아낸 거군요?
◆ 김상조> 굉장히 역사라는 게 이런 우연을 통해서 또 뭐 변화해 가고 발전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 정관용> 우리의 경제, 역사. 앞으로의 미래에서 오늘의 이 사건은 어떤 교훈을 줘야 한다고 보시는지.
◆ 김상조> 짧게 한 말씀.
◆ 김상조> 딱 한마디만 말씀드리면 재벌, 삼성도 법 앞에서는 예외적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게 바로 촛불민심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실천하게 된 거고요.
이걸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재벌들이 알게 된 것, 이게 저는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만드는 어떠한 법률보다도 오늘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재벌의 개선과 그다음에 한국 경제의 발전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합법적이고 정당한 승계는 뭐라고 못하지 않습니까?
◆ 김상조> 그렇습니다.
◇ 정관용> 불법 내지 편법, 부당한 승계를 위해 각종 권력층을 동원하는 이런 것 이제는 이 사회가 막을 수 있다.
◆ 김상조>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다른 재벌들도 경각심을 갖고 전략을 수정해야 될 것 같아요.
◆ 김상조> 이제 사회와 시장이 승인하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런 의미를 제대로 우리 국가 전체가 좀 실현시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자세한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상조>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제개혁연대소장 한성대학교 김상조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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