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새 역사를 들었다' 이상호가 19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남자 대회전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뒤 보드를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삿포로=노컷뉴스)
한국 스노보드의 희망 이상호(22 · 한국체대)가 한국 체육의 역사를 새로 썼다. 스키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이상호는 19일 일본 삿포로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합계 1분35초76으로 정상에 올랐다. 팀 동료 최보군(상무)이 1분36초44로 은메달을 따내 기쁨이 더했다.
경기 후 이상호는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번 금메달로 이상호는 병역 혜택을 받아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상호는 "사실 병역 혜택은 부수적인 것이지만 선수 생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웃었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이다.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4위에 올라 한국 스키 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이상호는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에서 '한국 최초'를 계속 써나가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FIS 월드컵 예선 탈락의 아픔을 훌훌 날렸다. 이상호는 "아무래도 지난주 대회 이후 부담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회 실수는 그날 바로 깨끗이 잊었고,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해냈어요, 장하다' 이상호(왼쪽)가 19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이상헌 코치와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삿포로=노컷뉴스)
금메달을 따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부모님이다. 특히 이상호의 아버지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에 눈썰매장을 만들어 보드 입문을 이끈 바 있다. 이상호는 "걱정하고 계셨을 부모님께 가정 먼저 기쁨을 전하고 싶다"면서 "보드 입문을 도운 아버지가 떠올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의 영광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분들을 잊지 않았다. 이상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상헌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와 호흡을 오래 맞춰 완벽해졌고, 신동빈 대한스키협회 회장님 취임 이후 지원도 늘어난 것이 좋은 성적을 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대회 2관왕과 내년 평창올림픽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상호는 20일 열릴 회전 종목에 대해 "원래 회전 경기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외신 기자가 평창올림픽 각오를 묻자 영어로 "변한 것은 없다"면서 "단 한 가지 목표는 1등, 골드 메달"이라고 답했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상호의 눈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