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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겨울왕국 삿포로' 韓·日전 승리로 녹이리

스포츠일반

    '치욕의 겨울왕국 삿포로' 韓·日전 승리로 녹이리

    제 8회 동계아시안게임 미리 보는 라이벌전

    '강릉 접전에 이은 삿포로 대회전?' 오는 19일 제 8회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숙명의 한일전이 예정된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 나오. 사진은 지난 10일 강릉 ISU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모습.(자료사진=평창올림픽 조직위, 국제빙상경기연맹)

     

    일본 삿포로는 한국 스포츠와는 악연이 깊다. 특히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야구와 축구가 당한 '참사' 수준의 뼈아픈 패배는 팬들에게 깊은 상처로 각인돼 있다.

    그런 삿포로에서 제 8회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오는 19일부터 8일 동안 빙상과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 총 금메달 64개를 놓고 31개국 1100여 명 선수들이 열전을 펼친다. 한국 선수단은 15일 본진이 금메달 15개 이상, 종합 2위를 목표로 출국한다.

    숙적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을 피할 수 없다. 종합 우승을 노리는 일본의 기세를 꺾지 못한다면 한국의 목표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앞서 열리는 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할 상황이다.

    앞선 2011년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밀려 아쉽게 종합 3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13개로 같았으나 은메달에서 11개 뒤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관심이 쏠린 주요 종목에서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펼쳐야 한다.

    더욱이 이번 대회 선수단 숙소는 일본 극우 성향의 책자가 비치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 통쾌한 한일전 승리는 예전의 아픈 기억을 후련하게 떨쳐낼 계기가 될 수 있다. 과연 한국 스포츠사에 치욕으로 남아 있는 삿포로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韓 스포츠 치욕의 땅, 삿포로

    눈의 도시 삿포로는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메카다. 1972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이 열렸고, 동계아시안게임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1986년 초대 대회와 1990년 2회 대회를 잇따라 개최한 삿포로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격차가 컸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은 1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 은 5개, 동 12개로 일본(금 29개), 중국(금 4개)에 이어 종합 3위였다. 당시는 4위 북한까지 4개국만 메달을 땄다. 2회 대회에서 그나마 금 6개로 일본(금 18개), 중국(금 9개)과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삿포로는 하계 종목, 특히 구기에서 한국에 쓰라린 기억이 얼음처럼 단단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와 2011년 축구 A매치다.

    '삿포로 대참사' 지난 2011년 8월10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일전 축구 A매치에서 0-3 패배를 당한 뒤 윤빛가람(왼쪽부터), 구자철, 김신욱, 박주호, 이정수 등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먼저 2011년 8월 삿포로돔에서 열린 축구 A매치는 그야말로 참사였다. 당시 대표팀은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있었다. 전력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대결에서 한국은 일본에 0-3, 참패를 안았다.

    물론 한국은 박지성, 이영표가 은퇴하고 이청용, 지동원, 손흥민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37년 만의 3골 차 패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가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에 연속 실점한 이 경기는 이후 조 감독이 경질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3년의 삿포로돔도 한국 스포츠사에 남을 장소다. 당시 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대만에 4-5 역전패를 당했다. 숙적 일본에도 0-2 영봉패한 한국은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됐다.

    2015년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도 한국은 삿포로돔에서 일본에 0-5로 졌다. 다만 4강전에서 일본에 설욕하며 대회 우승까지 했지만 삿포로의 악몽은 이어진 셈이다.

    ▲'70%' 이상화 vs '120%?' 고다이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최고의 흥행 카드인 한일전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특히 이번 대결의 승패는 내년 평창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

    먼저 빙판의 육상 100m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불꽃 접전이 예상된다.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와 일본의 늦깎이 스프린터 고다이라 나오의 여자 500m다.

    평소라면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이상화의 넉넉한 금메달이 예상되지만 부상으로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이상화는 2016-2017시즌 ISU 월드컵 1차 대회 얻은 오른 종아리 근육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다. 그 여파로 4차 대회까지 은메달 2개, 동 1개에 그쳤다.

    '한중일 삼국지? 이 구도가 삿포로에서도' 지난 10일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 시상식에서 이상화(왼쪽부터), 고다이라 나오, 중국 위징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평창 조직위)

     

    특히 이상화는 월드컵 5, 6차 대회를 포기하면서 집중했던 세계선수권 2연패가 무산됐다. 지난 10일 안방인 강릉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고다이라에 0.35초 차로 우승을 내줬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에서 2년 동안 유학한 고다이라는 올 시즌 ISU 월드컵 6번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강릉에서 일본 신기록(37초13)을 세운 상승세를 삿포로에서도 잇겠다는 각오다. 31살에 찾아온 전성기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는 좋은 친구지만 경기에선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상화는 올림픽을 2번이나 제패한 것과 달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없다. 2007년 창춘 대회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을 이룬 뒤 열린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선 동메달에 머물렀다. 다만 이상화는 세계선수권 직후 "아직 몸 상태가 70% 정도"라면서 "아시안게임보다는 내년 평창올림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金보름, 다카기 자매 협공을 이겨내라

    여자 매스스타트도 빅매치다. 지난 12일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김보름(강원도청)과 2위에 머문 다카기 나나가 재대결을 펼친다. 당시 김보름은 16바퀴(6400m) 레이스의 마지막 반 바퀴까지 뒤져 있다가 폭발적인 스퍼트로 다카기를 제쳤다.

    김보름은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지만 다카기는 양동 작전으로 금메달을 노린다. 친동생 미호와 함께 출전해 몸싸움이 펼쳐지는 매스스타트에서 유리하다. 세계선수권에서도 같은 작전을 쓰다 김보름의 역주에 밀려 우승이 무산됐지만 삿포로에서는 더 치밀한 전략이 예상된다.

    미호는 여자 3000m에서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아 김보름과 또 한번의 접전을 예고한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일단 김보름이 4분3초85로 미호(4분4초50)를 제쳤다. 김보름은 다카기에 대해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라면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모습은 삿포로에서도' 12일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입상한 2위 다카기 나나(왼쪽부터), 우승자 김보름, 미국의 헤더 버그스마가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국제빙상경기연맹)

     

    이승훈(대한항공)이 나설 남자 팀 추월도 일본과 경쟁한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3번의 대결에서 2승1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이밖에도 아이스하키도 열띤 한일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은 34년 만에 아시아 최강 일본을 꺾은 데 이어 최근에도 3-0 완승을 거뒀다. 북미하키리그(NHL) 스타 출신 백지선 감독은 "이번 대회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를 참사의 기억으로 꿰뚫어 얼음검처럼 가슴을 섬뜩하게 만드는 치욕의 땅, 삿포로.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태극전사들의 열정이 가슴 시리도록 쓰라진 기억을 녹여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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