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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권력 쫓는 부나방, 그 이름은 '교수'

    이대교수 청문회 위증까지... 교수 불신 최고치

    최경희(앞줄 오른쪽)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4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경숙 전 이화여자대학교 체육대학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최원자 이화여대 교수,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 (사진=윤창원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교수 출신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여기에 이화여대 현직 교수들까지 비선권력에 빌붙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교수들이 '권력바라기'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비선실세에 붙은 고위공직들, 그 뿌리는 '교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시작으로 비선권력 최순실에 줄 댄 교수들이 줄줄이 특검에 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1998년부터 최근까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역시 뿌리는 교수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던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도 '문화계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조사를 받고 이중 김 전 장관은 혐의를 인정받아 구속됐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각각 홍익대와 숙명여대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교수들은 언제든 권력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이들이 가진 전문적인 식견이 정치인들의 정책 자문으로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뿐만 아니라 최근 탄핵 국면에서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대권주자 곁에 교수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출범식에 교수 및 정책전문가 500명이 참여했다. 설 직전엔 900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8월 출범한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에는 200명 안팎의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공정사회연대'에도 학계 전문가 200여명이 몰려갔다.

    서울의 한 유명사립대에서 3년간 조교로 근무한 A 씨는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국회나 정부에 불려 다니면서 요직에 진출한 교수를 많이 봤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들이 전문적 식견과 지식을 이용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학자적 양심은 내다버린 채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예비 폴리페서? 권력에 '충성'하는 교수들

    공직이나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비선권력에 잘 보이려는 현직 교수들도 있다. '정유라 사태'에 개입한 이화여대 교수들이 대표적이다.

    정 씨의 이대 입학·학사 관리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유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남궁곤 전 입학처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이 구속됐다.

    특히,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등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사실이 특검 수사결과 드러났고, 이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이대 교수들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다.

    이대 문과대에 재학 중인 백모(26·여) 씨는 "대한민국 모든 권력이 총장·교수와 합세해 한 사람(정유라)을 위한 특혜 조직으로 둔갑한 것에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당장 파면 조치해 신뢰할 수 없는 교수들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같은 대학 사회대생 최모(21·여) 씨는 "학교에서 그렇게 당당해했던 유철균 교수가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면서 "이제는 남은 교수들조차 우리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자연대생 한모(23·여) 씨는 "다른 교수들도 미래라이프대학 문제가 터졌을 땐 잠자코 있다가 정유라 사건으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서니 그제 서야 나섰다"면서 '뒷북치는' 교수들에게 쓴 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싸우는데 지원을 해주지 않은 교수를 믿을 수 없고 화도 많이 난다"고 전했다.

    ◇ '장관 or 교수' 양자택일이 해답

    전문가들은 공직으로 떠날 때는 교수직을 포기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교수가 고위공직에 나갈 경우 휴직인 상태로 교수직을 겸임할 수 있다.

    김한식 중앙대 민교협 분회장은 "교수가 겸직 상태에서 공직으로 떠나면 그 빈자리를 신임 교수로 충원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결국 학생에게도 피해가 간다"면서 "교수직을 포기하고 공직으로 가거나, 복귀 시 다시 신규임용과정을 거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대 사태에서처럼 (보직)교수가 권력에 빌붙을 경우 국가 연구비 등 정부지원의 투명성에 적신호가 켜질 우려도 있다.

    이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지원한 9개 사업 중 8개 부문에 선정되면서 178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챙겼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대 사태처럼 보직교수들이 권력에 붙을 경우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지원사업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줄 수 있다"면서 "교수회를 학교경영에 참여시키는 등의 대내외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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