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공익제보자 전경원(46) 교사 (사진=김광일 기자)
이른바 'MB 귀족학교'로 불리는 서울 하나고등학교(자율형 사립고)의 입시비리를 폭로했다 해임된 교사가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공익제보자 전경원(46) 교사는 복직 이후에도 학교 측의 탄압과 협박이 있겠지만 "이겨내겠다"며 학생들과의 재회에 감격해 했다.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는 하나고 공익제보자 전(46) 교사에 대한 해임처분 취소 심판에서 해임 취소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소청심사위는 하나고 측의 해임 처분이 부당했다는 점과 절차상 위법성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직 결정이 알려진 직후 전 교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수업하는 장면만 생각해도 설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교사에게는 교실에서 수업할 수 있다는 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며 "얼른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문학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전 교사는 지난 2015년 8월 서울시의회에 나와 하나고에서 지속적인 성적 조작과 합격생 바꿔치기 등 입시 비리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1년여 만에 학교 측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전 교사는 학생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쫓겨났다.
학교 측은 비밀엄수의무 위반이나 학생 인권 침해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당 징계는 '보복성'이었다는 게 감사를 실시한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 안팎의 판단이었다. 이에 전 교사는 이후 징계 취소를 요구하며 교육부에 소청을 제기했고, 심사 결과 부당성이 인정돼 다음 달 신학기부터 다시 교단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물론 학교 측에서 앞으로 재징계나 다른 방식으로 전 교사를 또다시 압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 교사는 이에 대해 "보복성 징계를 포함한 탄압과 협박은 예상되는 시나리오"라면서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끝까지 해서 이겨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의롭지 못한 모습에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교육현장도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1년간의 수사 끝에 지난해 12월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등 관련자 10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서울교육청은 서울고검에 곧바로 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