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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법과 원칙' 구호…朴 끝까지 사법 무시

법조

    사라진 '법과 원칙' 구호…朴 끝까지 사법 무시

    검찰→특검→헌재까지 모두 무시…"정치적 책임 불가피"

    (사진=자료사진)

     

    "법을 지키는 것이 손해가 아니고 오히려 자기한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어떤 사회에서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러한 나라는 미래가 없다"

    2013년 1월 2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위 국정과제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검찰과 특별검사, 헌법재판소까지 두루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늘상 강조해오던 '법과 원칙' 구호는 4년여가 지나면서 빛 바랜 구호가 된 지 오래다.

    ◇ 헌재 탄핵심판 최종변론일도 '불출석'

    박 대통령은 '27일 열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끝내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26일 밝혔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를 알지 못하고 추측만 할 뿐"이라며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상태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당초 헌재는 변론종결일을 24일에서 27일로 미뤄달라는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주는 대신,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한 답을 전날까지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출석하지 않기로 결심을 굳혔다.

    대리인단 내부에서 출석에 찬성한 측은 적극적 해명이 심판에 유리하다고 봤지만, 반대 쪽은 국격의 문제와 재판의 공정성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측은 예상과 달리 헌재가 국회 측 신문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최종변론 출석에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은 대통령 측의 행보를 볼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최근 특정 재판관을 겨냥해 "국회 대리인 같다"며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지난 22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탄핵 인용시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일 것", "내란으로 들어간다" 등의 발언을 해 막말 변론 논란에 휩싸였다.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도 '재판부 흔들기'에 가세했다. 재판부가 8인체제가 아닌 9인체제여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결국은 이정미 권한대행 체제의 탄핵심판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박 대통령 측이 앞다퉈 헌재 탄핵심판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헌재의 최종변론일에 출석하는 일은 애시당초 앞뒤가 맞는 행보였다.

    ◇ 탄핵 절차 최대한 협조? 말 바꾸기 또 도마에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으로 인해 '정치적 책임'에 따른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1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지도 수용하겠다"고 하다 막상 검찰이 조율에 나서자 "조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등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거부했다.

    특검과 대면조사를 조율하다가도 "특검이 언론에 조사 일정을 흘렸다"는 이유로 조사를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현재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단계에서 한 차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대면조사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오는 3월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면조사가 불발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결국 검찰과 특검 수사에 이어 헌재의 최종변론일 출석 요구까지 모두 거부하기에 이르러, 정권 초반부터 늘상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사법기관 무시와 말 뒤집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나 도덕적 의무감이 없는 상태이고 (모두 불출석 한 데 대해)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정치적 책임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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