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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롯데 불매운동 당연한 것"…中 사드 보복 보이지 않는 종점

아시아/호주

    [르포] "롯데 불매운동 당연한 것"…中 사드 보복 보이지 않는 종점

    • 2017-03-04 06:00

    중국인들 대부분 한국상품 불매운동 당연시, 한국관광 금지령도 효력 발휘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매장 앞 (사진=김중호 기자)

     

    3일 찾은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앞은 예상과 달리 항의 시위대도 플래카드도 없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입구에서 녹음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만을 제외한다면 한국계 마트라는 차이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가로운 모습과 달리 매장 종업원들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감이 배어있었다.

    매장 안에 들어서기 전 사진을 찍으려 하자 마트 직원 중 한명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제지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롯데마트 판매직원에게 "요즘 마트 오는 손님이 줄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직원의 대답에서는 아직 사드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은 괜찮아요. 손님이 약간 줄은 것 같기도 하지만 (사드문제가)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베이징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 안 (사진=김중호 기자)

     

    실제로 비록 한산한 시간대였기는 했지만 평소 이 시간대 다른 베이징의 마트들에 비해 특별히 더 손님이 없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확인차 다시 한번 찾아간 저녁 시간대에는 오히려 장을 보러는 손님들로 꽤나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혹시 우리만 '사드 보복'이라며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관영매체들과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과 롯데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일반 베이징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인)'들은 또 다른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 대다수 중국인들 "중국인들의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은 당연한 것" 공감대

    하지만 중국인들의 심정을 직접 들어보면 한반도 사드배치를 바라보는 대다수 중국인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사드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당연한 행동' 이라고 잘라 말하는 대학생 궈롱(24)씨의 생각은 그런 면에서 다수 중국인들을 대변한다고 할만 하다.

    "중국인들은 이미 롯데에서 물건들을 안사기 시작했어요. 제 생각에 굉장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봐요. 중국인들은 안보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정치·군사적 문제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항의하기 위해 정치·군사적 수단을 지니지 못한 일반 중국인들은 '불매운동'이라는 항의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희망을 걸만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불매운동은 계속되거나 더 커질 수도 있고, 심지어는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거에요"

    실제로 한국의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한국의 현대차를 중국인들이 때려 부수는 사진과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을 붙인 식당 사진, 또 한국산 물품을 태우는 사진 등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혐한감정'이 급속도로 번지자 국수주의 매체로 유명한 '환구시보'마저 "한국인을 상대로 불법적인 공격이나 인신모욕을 해선 안된다"며 시급히 진화에 나설 정도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환전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이미 현실이 된 한국여행 금지, 中여행사 "한국 여행 안가는게 최선"

    중국 국가여유국이 여행사들에게 내린 한국여행상품 판매 금지령은 이미 착실하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3일 베이징 시내 여행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행 여행 상품 상담을 시도했지만 상당수 여행사들로부터 한국 여행 상품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월 쯤에 한국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자 여행사 직원은 "다른 지역을 고려해 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왜 한국 관광 상품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자 직원은 국가여유국의 지시를 내세웠다.

    "뉴스 못봤어요? 국가여유국이 (한국에) 가지 말라고 통지했잖아요. (한국은) 가지않는게 가장 좋아요. 다른 지역을 생각해보세요"

    이날 상당함 여행사들 중 상당수는 아직까지 한국 상품이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단체여행단 성원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여유국이 중국 전국의 여행사에게 15일까지 남은 한국관광 상품을 소진하라고 지시한 것을 감안하면 15일 이후에는 이런 여행사조차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날마다 커져가는 중국내 '혐한 감정', 불안한 중국 거주 한국인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사드 부지 제공을 위한 성주 골프장 부지 환지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지난 달 27일부터 폭풍처럼 '혐한감정'이 중국사회에 휘몰아치자 중국 거주 한국인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3일부터 베이징 교민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들어 중국 공안이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 지역 한인 사업체와 한인회 등 수십 곳의 한인 단체에 불시 점검을 나섰다는 증언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들은 하나 같이 점검을 나온 공안들이 한국인 근로자들의 비자를 점검하거나 한국인 직원의 수를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베이징한인회 사무실도 공안의 불시점검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민들의 불안은 더욱 심해지고 잇다.

    수도인 베이징 뿐만 아니라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불시점검이 행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공안의 조사는 지난달 28일 한국기업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공안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민사회로서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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